당뇨병 환자의 신장질환 발병 위험을 5년 내 미리 알 수 있는 AI 기반 진단 모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연동건·이상열 교수 연구팀(우세린 연구교수, 황승하·조재형·김소은 연구원, 성균관대 원홍희 교수)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향후 5년 내 만성신장질환(Chronic Kidney Disease, CKD) 발병 위험을 조기에 예측할 수 있는 다중모달 인공지능(AI) 모델을 구축했다.
이번 연구는 국내외 대규모 의료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정확도와 임상 적용 가능성을 동시에 입증했으며, 성과는 당뇨병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Diabetes Care(IF 16.6) 온라인판에 실렸다.
연구팀은 경희의료원과 영국 당뇨병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임상 검사 결과(혈액·소변 검사, 약물 복용 여부 등)와 안저(망막) 영상을 결합한 딥러닝 기반 다중모달 AI 모델을 구축했다. 기존 단일 데이터 기반 AI 예측 도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예측 정확도와 임상 해석력, 적용성을 동시에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실제 이 모델은 국내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한 뒤, 영국 환자 데이터를 활용한 외부 검증을 통해 국내 예측 정확도 88.0%, 해외 데이터 정확도 72.2%를 기록했다. 이를 통해 국제적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특히 이번 연구는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 기법을 도입해, AI가 어떤 정보를 근거로 예측했는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임상의가 실제 진료에 활용할 수 있는 과학적 근거와 직관적인 해석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단순 예측을 넘어 합병증 관리까지… 영상·임상 통합 분석 기반
설명 가능한 AI 기법을 적용한 분석 결과, 사구체여과율, 당뇨병 및 고혈압약 복용 여부, 환자의 나이 등이 신장질환 발생의 주요 임상 위험인자로 도출됐다. 영상 데이터에서는 시신경유두(optic disc)와 상부 아치 혈관 영역이 핵심 단서로 확인됐다. 이는 인공지능이 단순 예측을 넘어, 임상의에게 참고 가능한 과학적 근거를 제공함을 의미한다.
또한 연구팀은 AI 모델의 예측 결과와 실제 합병증 발생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예측 확률이 높은 환자군일수록 심혈관·말초혈관 질환, 말기신부전, 신경병증 등의 발생 위험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예측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 대비 대혈관 합병증 위험이 최대 2.21배, 미세혈관 합병증은 1.30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정밀의료 기반 마련”… 1차 진료기관서도 활용 가능
우세린 연구교수는 “병원에서 일상적으로 수집하는 데이터만으로도 높은 정확도의 예측이 가능하다”며, “1차 진료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밀의료 도구로서, 고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고 중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상열 교수는 “국내외 데이터를 함께 사용해 AI 모델을 훈련·검증함으로써 신뢰도와 적용 범위 모두를 확보했다”며, “향후 환자 맞춤형 관리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연구 성과”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