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79)이 전용기 계단을 오르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고령자의 신체 균형과 근력 저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단순한 실수로 넘길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평형감각과 보행 능력이 떨어지고 일상적인 움직임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근감소증(Sarcopenia)’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나 신체 기능이 병적으로 저하되는 증상을 말한다. 보통 40~50대부터 근육량과 기능이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하며, 특별한 관리 없이 방치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 속도는 더 빨라진다.
그동안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근감소증은 실제로 낙상과 움직임 제한, 삶의 질 저하, 기능 장애 등을 초래할 수 있어 주요한 건강 문제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도 하나의 질병으로 인정하는 근감소증은 지난 2021년 국내에서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8차 개정안에 포함됐다.
근감소증은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노화로 인해 근육 유지 능력이 떨어지거나, 활동량 감소로 인해 근육이 줄어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당뇨병, 암, 심혈관 질환 등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근감소증이 유발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또한 단백질 섭취 부족, 비타민 D 결핍 등 영양 불균형도 근감소증 진행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근감소증과 관련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치료제로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치료를 위해 병태 생리 및 질환에 대한 인지가 먼저 돼야 하며, 현재로서는 ▲운동 ▲영양 관리 ▲생활 습관 개선 등의 예방 및 관리가 가장 중요한 치료법이 될 수 있다.
운동은 근감소증 관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덤벨이나 저항 밴드 등을 사용한 저항(근력) 운동을 통해 꾸준히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걷기,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심폐 기능을 강화하는 유산소 운동도 근력 유지와 함께 체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낙상을 예방하기 위해 균형과 유연성을 키우는 스트레칭이나 요가, 태극권도 추천된다.
영양 관리 측면에서 근육을 유지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매 끼니 육류, 생선, 두부, 달걀, 콩류 등 하루에 kg당 1.2~1.5g의 단백질 섭취는 필수다. 과일과 채소에 들어있는 풍부한 항산화 물질도 염증을 줄이고 근육 손상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비타민 D는 근육 기능과 뼈 건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므로, 비타민 D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야 하고 햇볕을 많이 쫴야 한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방법의 하나다. 과체중이나 저체중 모두 근감소증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흡연과 과도한 음주는 근육의 손실을 가속할 수 있어 이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대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김윤지 교수는 “근감소증은 예방할 수 있으며, 젊은 나이부터 근력 운동과 적절한 영양 관리를 통해 근육을 유지하고 나이가 들어도 꾸준한 신체 활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근감소증의 조기 진단과 적극적 관리는 노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