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다급한 전화가 뇌전증도움전화로 걸려왔다. 아이가 경연발작으로 호흡이 없어요. 저희 원생 중에 뇌전증이 있는 아이가 있어요. 원래는 이렇지 않았는데 어제는 호흡이 아예 없었어요.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는 건가요? 무서워서요."
"뇌전증 어린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과 학교선생님들은 근처 소방서에서 1년에 한 번씩 심폐소생술 교육을 신청하고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를 살릴 수 있다. 전국 뇌전증 환자들의 심층 의료 상담은 지금 뇌전증도움전화 혼자서 하고 있다. 매일 의료상담에 답을 달아주면 밤 12시가 넘는다. 힘들지만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하여 뛰고 있다. 한국이 언제 뇌전증 후진국에서 벗어날지 앞날이 너무 걱정된다"
뇌전증 치료 저변 확대에 평생을 바치고 있는 홍승봉 교수가 삼성서울병원에서 강남베드로병원으로 옮겨와 환자들을 만난 지 3개월이 지난 간다. 홍 교수는 국내 유일한 '뇌전증도움전화'를 운영하면서 지난해에는 6000건이 넘는 상담을 진행하고 중증 뇌전증 환아들의 처참한 상황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뇌전증 환자들이 정처 없이 헤매지 않고 적절한 치료를 안내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는 홍승봉 성대의대 신경과 명예교수(강남베드로병원 신경과 뇌전증지원센터장)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강남베드로병원에서는 어떤 환자들을 주로 보고 있나.
진료하는 환자들은 삼성서울병원과 똑같다. 강남베드로에서는 오히려 국내 처음으로 '뇌전증지원코디네이터'를 선발해서 일본과 같은 수준의 선진 뇌전증 관리를 하게 됐고, 환자들이 저를 더 자유롭게 만날 수 있어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진료를 많이 보고 있다. 사실 신경외과 지원은 삼성보다 훨씬 더 협조적이고 좋다. 삼성에서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으려면 1년이상 기다려야 했지만, 지금은 2~3주내에 가능하다. 신경외과, 마취과, 수술장 협조가 뇌전증 최우선으로 하고 있어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를 제공할 수 있어 기쁘다.
-현재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 치료 상황은 어떤가.
뇌전증 환자의 약 30%는 여러 가지 약물로 치료되지 않는 약물 난치성 뇌전증으로 돌연사와 신체 손상 위험이 수십배 높다. 하지만 4차 뇌전증센터(고난이도 뇌전증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의 심각한 부족으로 서울과 부산 이외에서는 뇌전증 수술을 받을 수가 없다. 경제수준 20위 내에 이런 나라는 없다.
심지어 대부분 지역에서 난치성 환자들은 수술에 대해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스스로 찾아서 서울로 올라와서 4차 뇌전증센터를 방문해도 대부분 교수들은 수술을 권하지 않고 하려고 노력도 안한다. 왜냐하면 일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환자들이 수술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약만 받게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신체 손상과 돌연사 위험이 매우 높은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을 정부는 거의 완전히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뇌전증 추술연계 시스템을 만들고 수술센터를 지원해야 하는데 아무 관심도 없다. 현재 뇌전증지원센터의 뇌전증도움전화가 유일하게 뇌전증 수술 상담을 제공하고 있지만 보낼 병원과 교수가 거의 없다.
-환자들을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가장 시급한 문제는 일본과 같이 각 지역에 뇌전증지원거점병원을 지정해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비슷한 수준의 약물 및 수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뇌전증지원센터 2기 사업으로 광역 지부를 설치하고 일본 국립신경정신센터와 중국 뇌전증퇴치연맹과 협력해 한국 전역에서 뇌전증 1-2-3-4차 진료 연계 및 포괄적 뇌전증 관리에 나서려고 했지만 공모에서 탈락했다. 이유를 알수없지만 안타깝고 정부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뇌전증지원센터는 뇌전증도움전화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 부산시, 광주시 등 지자체를 통해 각 광역 지역에 뇌전증 진료 연계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가능하면 올해 11월경에 한중일 뇌전증관리 국제 심포지엄도 개최하려고 기획 중에 있다.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자주 내고있다. 정부에서 뇌전증 환자들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일본 노동후생성은 2015년부터 일본 전역에 뇌전증지원기점 병원을 지정해 현재 30개가 지정됐고, 각 거점병원은 그 지역에서 뇌전증 치료를 받고 있는 모든 병의원들을 교육, 홍보, 자문하고 있다. 또한 약물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바로 거점 병원에서 수술전 검사와 수술까지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오사카대학병원(30개 거점 병원들 중 한 개)는 오사카와 인근 지역에서 뇌전증 환자들 진료하는 병의원 160개의 명단과 연락처를 확보하고 있으며 주기적으로 소통하고 교육, 자문, 환자 의뢰-되의뢰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없다. 일본의 1/100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럴 수 있나요.
작년부터 수차례 질병정책과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요청했지만 정말 무책임, 무관심뿐이다. 전국에서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게 수술 상담을 하고 있는 곳은 뇌전증도움전화가 유일하다. 이제 남은 방법은 지자체에서 도와주거나 국민들의 기부로 뇌전증지원센터의 광역시 지부를 설치하고 각 지역에서 뇌전증 환자와 가족의 상담, 진료 연계, 수술 연계, 교육, 자문, 의뢰-되의뢰를 하도록 뇌전증코디네이터를 양성해 파견하는 것뿐이다. 정부가 하지 않는다면 국민과 지자체라도 나서야된다.
-뇌전증도움전화 운영 상황에 대해 소개해 달라.
뇌전증도움전화(1670-5775)는 2020년 8월에 시작됐다. 전국 뇌전증 환자와 가족들에게 의료 상담(약물, 수술 치료, 응급조치, 병원 안내 등)과 사회복지 상담, 심리상담, 자살예방상담, 돌연사예방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자조모임, 가족모임, 취업준비 프로그램, 이벤트, 환우가족회 구성 및 지원 등 사회서비스를 통해 환자의 치료를 향상시키고, 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또한 뇌전증 편견과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대국민 교육, 홍보,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상담 건수는 매년 1000건씩 증가해 2024년에는 6000건이 넘었다. 하지만 2025년 1월부터 정부지원이 중단됐다. 그래서 지금은 자체 작은 예산으로 2명 상근 직원으로 규모를 줄였고, 저와 은백린 교수(구로 우리아이들병원)가 심층 의료 상담을 하고 있어서 올해에는 약 2,000건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트라우마 상담 전문가를 영입해 한층 더 발전되고 유익한 상담을 하고 있다. 지차제 도움, 기부 등이 이루어지면 직원 수를 늘려서 더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상담을 제공할 생각이다. 많은 뇌전증 환우와 가족들이 이용하여 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뇌전증도움전화를 더욱 확대하고 뇌전증지원센터의 광역시 지부를 설치해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정처 없이 헤매지 않고 도움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안내 받을 수 있도록 해 한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는 것이 제 목표이다.
또한 현재 너무 가혹한 뇌전증 장애 기준을 빨리 개선하고 뇌전증차별금지법 개정법을 발의해 빠른 시일 내에 국회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두 가지 활동은 국제뇌전증협회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 정말 하루가 30시간이면 좋겠다. 공익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희생하는 교수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