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백신시장을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품절, 가격인상 등으로 인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백신주권 확보를 위해 정부의 전폭적인 R&D 지원과 함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내국인 비율을 낮추는 등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은 25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의 종합감사에서 백신주권과 관련해 질의했다.

강 의원은 “코로나 백신도 그렇고 백일해, 자궁경부암 백신 등은 품귀현상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번에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창피한 일을 많이 당했다. 대한민국이 그래도 경제 10위권 안에 드는데, 대통령까지 백신을 구걸하러 가서 깜깜이로 매수 수량도, 금액도, 납기일도, QCD도 모르는 수모를 국가가 당했다”고 지적했다.

2021년 GSK가 백일해 가격협상 결렬로 철수하고, 사노피가 독점 공급하는 상황에서 실험 보완을 이유로 공급을 중단하면서, 지난해 여름 백일해 백신이 없어 필수 접종 대상자들이 접종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2020년 기준 글로벌 백신 시장은 영국 GSK, 미국 MSD, 프랑스 사노피, 미국 화이자 등 4개 기업이 전체 시장의 82.3%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 빅 4기업의 독과점이 품절, 가격인상 등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MSD의 경우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9'의 가격을 2021년 4월 15%, 2022년 6월 8.9% 2년 연속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

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강기윤 국회의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왼쪽부터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강기윤 국회의원,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

강 의원은 "반드시 백신 주권 국가로서의 직위를 확보하려면 여기에 관련된 R&D 예산도 대폭으로 늘려야 된다고 본다"며 "장관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2024년 예산에 ‘한국형 ARPA-H’라고 하는 사업을 새로 도입해서 백신 주권 확보를 잘 지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답변했다.

ARPA-H는 보건의료 분야 난제 해결과 바이오기술 주도권 유지 및 보건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도전적·혁신적 바이오헬스 연구를 전담하는 특별 기구로 2022년 3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신설된 바 있다.

이어 강 의원은 식약처에 일부 기업들이 백신 개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도 다국가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데 내국인 참여율을 10%로 권고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굉장히 높게 돼있다"면서 "내국인 비율을 5% 정도만 낮춰도 백신 개발이 2~3년 단축된다는 얘기가 있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강조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내국인 10%도 의무가 아니라 권고다. 그래서 개발사가 통계학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면 내국인의 참여 비율은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강기윤 의원은 "식약처도 백신 개발에 적극적으로 업계의 말을 들어서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고, 오 처장은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