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 치료에서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이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보다 임상적 이점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세계 최고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게재돼 눈길을 끌었다.

한미약품이 5년간 후원한 이 'RACING' 연구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의 임상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8일 오후 웨스턴 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란셋에 게재된 RACING 연구를 소개했다.

김병극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병극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이날 김병극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심혈관 질환자들은 LDL 콜레스테롤(LDL-C) 수치를 55mg/dL 또는 70mg/dL 이하로 낮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스타틴 제제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고용량의 스타틴을 투여해도 LDL-C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당뇨, 근육통, 간성 손상 등 부작용으로 고용량 스타틴 유지가 힘든 경우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RACING 연구는 2017년 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국내 26개 의료기관에서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이하 ASCVD) 환자 37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연구자 임상시험으로, 차의과대학 장양수 교수가 책임연구자를 맡았으며, 제1공동저자로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김병극·홍성진 교수가, 교신저자로는 홍명기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이 연구에는 한미약품의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로수젯'이 중심 약제로 쓰였다. 로수젯은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복합제이다.

연구팀은 환자 3780명을 로수젯(로수바스타틴 10mg+에제티미브 10mg) 병용요법군 1894명과 고강도 스타틴(로수바스타틴 20mg) 단독요법군 1886명으로 무작위 배정해 3년 동안 추적해 분석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차 평가변수인 투여 후 3년 시점에서 심혈관계 사망, 주요 심혈관계 사건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의 발생은 병용요법군 9.1%(172명), 단독요법군 9.9%(186명)으로, 병용요법에서 단독요법에 준하는 비열등 효과를 보였다.

이차 평가변수인 LDL-C 목표 수치(70mg/dL 미만) 도달률은 1년 시점 병용요법군에서 73%, 단독요법군에서 55%로 큰 격차를 보였으며, 이어 2, 3년 시점에서 병용요법군은 각각 75%, 72%로 나타났고, 단독요법군은 60%, 58%로 관찰됐다.

특히 이상사례나 스타틴 불내성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거나 용량을 감량한 환자 비율은 병용요법군에서 4.8%(88명), 단독요법군에서 8.2%(150명)로 고강도 스타틴군이 훨씬 높았다.

왼쪽부터 김병극 교수, 홍범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왼쪽부터 김병극 교수, 홍범기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김병극 교수는 "지금까지 용량을 줄인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과 기존 고용량 스타틴 단독요법을 비교한 1년 이상의 장기 추적 연구는 없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로수젯으로 대표되는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요법이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 대비 유용한 치료방법으로 제시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총책임을 맡은 교신저자 장양수 분당차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ASCVD 환자의 LDL-C를 낮추기 위해 처방하던 고용량 스타틴 요법은 근육통, 간 손상, 당뇨 부작용으로 약물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하지만 로수젯과 같은 중강도 로수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 복합제는 우수한 약물순응도를 기반으로 LDL-C 조절이 필요한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저자인 홍명기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고용량 스타틴 단일제를 오랜 기간 환자에게 투여할 때 여러 부작용 발생 가능성으로 의료진은 장기 처방에, 환자는 장기 복용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결과가 이상지질혈증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패널로 참석한 최동훈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스타틴 기본용량을 한번 정도 증량하고, 고용량으로 해도 LDL-C가 떨어지지 않으면 다른 약제를 합쳐서 쓴다"며 "고혈압 치료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번 연구로 인해 이상지질혈증 치료 가이드라인도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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