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비급여 보고제도' 도입 등 비급여 통제·관리 강화정책 추진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 단체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4개 보건의료단체 단체장들이 9일 기자회견을 갖고 "비급여 통제강화정책을 즉각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회장,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 대한치과의사협회 김철환 회장 직무대행이 참석했다.
이날 4개 단체장들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이 개정안은 신설된 의료기관의 ‘비급여 보고제도’에 대한 것으로, 의료기관의 장이 비급여 진료비용(제증명수수료 포함)의 항목, 기준, 금액 및 진료내역 등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자료 미제출 등의 경우 2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부과토록 하는 것이 골자다.
비급여 보고제도는 의료법 개정 이후 하위법령이 이미 개정됐고 현재 세부시행계획안 마련이 진행 중으로, 최근 정부는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통해 7월 중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확정하고 8월 중 공포·시행 예정임을 밝혔다.
4개 단체장들은 "비급여 보고제도는 비급여 통제의 목적으로 시행되는 제도로 헌법재판소가 비급여 제도를 통한 시장기제의 담보라는 의료기관 당연지정제의 전제 조건을 훼손하고 공급자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전형적인 규제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의료계는 ‘비급여 보고제도’의 문제점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비급여관리정책협의체’를 구성, 의료계와의 협의 내용을 배제한 채 독단적·일방적으로 비급여 보고제도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4개 단체장들은 "정부는 표면적으로 의료소비자들의 알권리 및 의료선택권 보장을 위해 비급여 관리를 강화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 환자와 의료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발상이자 헌법이 명시하고 있는 자유시장경제를 부정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비급여는 한정된 재원으로 필수의료 중심의 보험 혜택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공보험의 한계에서 의사의 숙련도, 치료 방식, 사용 장비 및 재료 등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질적 차이를 인정하고 신의료기술 개발 등 의료발전을 견인하는 등의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가중의 원인을 비급여 제도로 정하고 그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 4개 단체장들의 주장이다.
4개 단체장들은 "비급여 보고의무 등 비급여 통제 강화를 통해 의료기관별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한 단순한 가격 정보를 공개하도록 강제화하는 것은 자율에 의한 가격 형성이라는 시장의 기능을 왜곡하고, 제공 의료서비스에 따른 질적 차이를 왜곡하는 가격 정보를 제공해 오히려 국민의 선택권을 제한함과 동시에 의료기관에 대해 불신을 조장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정부가 비급여 통제정책을 통해 관리 및 억제하려 한다면, 고질적인 저수가 구조에 대한 혁신적인 개편을 통해 적정수가를 보장하는 등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 4개 단체는 정부에 대해 ‘비급여 보고제도’등 통제강화 정책 추진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하고, 의료계의 입장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위헌소송, 비급여보고 전면거부 등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대응 조치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