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정부의 ‘공공보건의료 강화 계획안’에 대해 “기만적 수준”이라며 비난을 쏟아 내고 있다.
특히 시민단체들의 반대 움직임은 서울, 울산, 제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들은 9월에 예정된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재논의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제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지역별로 서부산·대전의료원, 경남 진주권 신축 3곳, 삼척·영월·의정부 의료원, 거창·통영·상주 적십자병원 등 이전 및 신축 6곳, 속초·충주·마산·서귀포·포천·순천·포항의료원 등 증축 11곳 등 지역 공공병원을 20곳 이상 확충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70개 지역에 응급·심뇌혈관질환 등 필수의료 센터를 운영하고, 공공보건의료개발원을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5년간 총 4조 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측은 “최소한의 공공의료 확충의지를 담지 못한 기만적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계획안 폐기와 재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윈원회 회의장 내부에서 반대 의견을 담은 피컷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정부의 ‘지역 공공병원 20개소 확충’ 계획을 꼬집으며, 이중 신축은 단 3곳뿐이라고 지적했다.
3곳 역시 이미 설립이 확정됐거나 사실상 확정된 지역을 재발표한 것뿐으로, 결국 5년간 공공병원 신축은 없다고 비난했다.
또한 증축, 이전·신축 계획에 포함된 곳이 계획대로 진행되어도 현재 8.9%의 공공병상 수준은 5년 후 겨우 9.6%에 도달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나백주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은 “OECD 평균 70% 이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30%는 돼야 한다”면서 “주요 대도시인데도 공공병원이 없거나 1개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 극심한 고통을 겪은 울산, 광주 대구, 인천 등을 비롯해 17개 시도에 단기적으로 2개씩 공공병원을 지어야 한다는 최소한의 요구는 무시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공공병원은 민간병원이 대신하지 못하는 고유한 기능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 행정에 의해 관리되기 때문에 위기 시에 긴급한 의료대응이 가능한 병원이다. 공공병원이 있는 지자체에서 코로나19 초기 대응과 긴급 확산 등 위기 대응에 차이가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기영 한국노총 사무처장도 “정부의 2차 공공의료 기본계획안은 그간 노동시민단체가 요구했던 내용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에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대응을 통해 공공병원의 설립 요구가 커졌음에도 정부는 진주, 서부산, 대전으로 이미 예타면제가 이뤄진 고작 3곳만 하겠다고 명시했다”면서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부재”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추후 열릴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재논의하기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대 움직임은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지난 2일 제주시민사회도 공공병원 확충 없는 공공의료 기본계획을 폐기하라며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와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 없는 공공의료계획’을 통과시킨다면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을 크게 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와 제주도는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공공병원으로 전환해 수년 간 지속돼온 영리병원 논란을 끝내야 한다”며 “녹지국제병원의 공공병원 전환은 의료취약지역의 의료공공성 확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고 밝혔다
울산건강연대도 지난 2일 울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2차 기본계획안 폐기을 폐기하고, 울산의료원 설립 계획이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연대는 “정부는 공공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해서 공공의료 계획을 세워야한다”고 지적하며 “부족한 지역의사, 필수의료담당 의사를 확충하는 적극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