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이 '비 온뒤 땅 굳히기'에 들어가게 될까?

종근당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보이는 기염을 토하며 승승장구했던 지난해 성적표를 공개했다.  

연간 매출액은 1조 3000억원 돌파로 역대 최대 실적을 냈고, 영업이익 역시 1239억원으로 젼년 대비 66.2%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33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성장한 반면 영업이익은 1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하락했다. 

연간 성적으로만 봤을 때는 분명 외형적으로나 내실면에서 성장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4분기 실적만을 따로 떼놓고 봤을 때 성적은 예상만큼 만족할 수준을 나타내지 못했다. 

밀려있던 임상연구를 4분기 몰아 투자했다는 점이 이유가 될 수 있지만 규모가 커진 매출액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상비 지출이 대폭 감소된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하의 성적이라 할만하다. 

이 같은 견해는 증권가에서도 확인된다. 9일 발표된 증권가의 종근당 리포트를 종합해 보면 "제품들의 성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해 상반기 추진되지 못했던 기초 연구 시험 등의 과제 비용이 4분기에 집행돼 영업이익이 기대치를 하회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 4분기 실적 하회 주요인은 1~3분기 지연된 연구과제 비용 집행 연구개발비 증가 영향이 컸다"면서 "기초 연구 시험에 R&D 비용이 집중 집행되며, 4분기 경상연구개발비가 583억원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미화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케이캡, 프리베나를 포함한 기존 제품의 매출과 신제품 큐시미아, 원더톡스도 각각 52억원 11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면서 "연구개발비가 전년 대비 129억원 증가했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1~3분기 지연된 일부 연구과제에 대한 비용이 4분기 집중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1~3분기 상위 제약사로는 이례적으로 23%에 이르는
높은 탑라인 성장률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마케팅비 감소로 매 분기 서프라이즈한 실적을 시현했던 것과는 달리, 4분기에는 경상연구개발비의 과도한 집행으로 인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25.4% 감소한 실망스러운 실적을 시현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올해 전망에 대해서도 매출규모에서는 성장을, 영업이익면에서는 하락을 전망했다. 

허혜민 애널리스트는 "올해 연간 경상연구개발 비용이 1,705억원 소요 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올해 매출액은 1조 4,117억원, 영업이익은 1,191억원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미화 애널리스트는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9% 성장한 1조 4,181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2% 하락한 1,213억원이 예상된다"면서 "기초연구에 대한 임상 비용이 증가하고, 코로나 영향 완화로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판관비는 작년대비 10.1% 늘어난 3,998억원이 예상된다"고 예측했다. 

선민정 애널리스트는 "올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 성장한 1조 4,300억원, 영업이익은 12% 증가한 1,420억원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는 고성장세를 유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면서 "영업이익도 올해에는 대면 마케팅 활동의 증가와 전년 역기저로 인해 큰 폭의 성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종근당이 지속성장을 위해 취해야 할 선택지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먼저는 연구투자비 증액이다. 

대부분의 상위제약과 글로벌제약사들이 매출액 규모 대비 20%대 임상연구비를 쏟아붓는 이유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종근당은 현재 매출액 대비 10%대 안팎의 연구비를 투자하는데 이 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초연구부분에 대폭 투자하면서 다양한 후보군을 보유해야 한다. 

이와함께 상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 후보군을 다양한 분야(대학, 연구소, 벤처)와 협력해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해야 한다. 

글로벌제약사와 전략적으로 연구개발 부분에 협력하는 방안도 추진해 볼 수 있겠다. 공격적으로 글로벌시장 개척을 위한 선행학습의 기회를 마련한다는 데서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종근당은 코로나19로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최대 성장을 기록했다. 특수 상황의 기한은 제한적이다. 단순히 흑자를 기록한 것에서 머무르지 말고 재투자의 기회로 봐야 한다. 비가 온 뒤 땅이 굳어지는 기회를 스스로 살리는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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