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8월 9일, 강중희 회장은 상호를 현재의 ‘동아제약주식회사(東亞製藥株式會社)’로 변경하고 법인체로 등록하며 제약회사의 기틀을 마련했다. 1932년 12월 ‘강중희 상점’을 개업한지 만 17년 만에 현대적 개념의 제약기업으로 거듭난 것이다.

6.25 전쟁과 위기 그리고 새로운 출발

모든 일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일제시대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6∙25 전쟁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생산 및 판매가 전면 중단되었고 외상 수금이 어려워졌으며 임시수도 부산으로 피난을 떠나야 하는 설움을 겪어야만 했다. 소규모의 제약업소라도 운영하려고 원료와 생산기구를 챙겨 피난길에 나섰던 강중희 회장은 아비규환의 혼란 속에서 이를 분실하고 말았다.서울에 있던 제약회사들은 대구, 마산 등지로 피난을 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이 부산으로 모여들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약업인들의 노점상이 부산의 국제시장에 급증했다. 점점 모여드는 약업인들로 인해 거래량의 규모가 커지게 되었고 국제시장은 전국의 의약품집산지로 유명해 질 정도로 번창했다.

강중희 회장은 영도에 방 2칸을 얻어 정착하면서 재건을 위한 방도를 모색했다. 당시 부산에서는 밀수약품과 군수물자가 범람하고 있어서 소매라도 동업을 해보자는 제의가 여러 번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제약공장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모두 거절했다. 시설도구 하나조차 없는 상황에서 제약의 꿈을 가진 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지만 강중희 회장은 꿈을 버리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조력자를 만나 중앙동에 있는 20평 남짓한 창고를 빌릴 수 있었다.

그러나 원료와 생산기구를 구입할 자금이 없었기 때문에 부산 영도에서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아 가면서도 두 달 동안 매일 끈질기게 은행을 찾아 다니며 지점장을 간곡히 설득한 끝에 어렵게 자금을 지원받아 20평 남짓한 공장에서 생산을 재개해 2년 만에 생산과 판매뿐만 아니라 직원 수 에서도 1949년의 규모를 회복했다.

피난을 가서도 국민의 건강을 지키겠다는 그의 굳은 신념이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낸 것이다.

피난시절의 재기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1953년 봄 중앙동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공장이 완전히 소실 돼 모든 시설과 제품이 하루 아침에 눈앞에서 잿더미로 변하는 아픔을 맛보기도 한다. 1951년 피난길에 올랐던 강중희 회장은 4년 6개월 만에 서울로 복귀했지만 다시 찾은 서울 중학동 본사에는 시설과 원재는 물론 가재도구 마저 사라지고 없었다.

6∙25 전쟁은 약업계에 여러 가지 변화를 가져왔다. 모든 것을 잃게 된 것만은 아니었다. 우선 피난지에서의 약업활동을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고 자본을 모은 약업인이 많아 수복 후 재건의 토대가 마련되었다. 또한 국제시장에서 밀수품들을 다루면서 무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약업인들이 완제의약품의 수입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강중희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용두동 항생제 공장 전경
강중희 회장도 완제의약품 수입에서 그치지 않고 항생제라는 신약개발에 눈을 돌려 새 공장의 부지를 찾아 나섰다. 공장 부지의 적격지로 그는 현재 동아제약(현 동아쏘시오홀딩스) 본사가 위치한 용두동 252번지를 지목하고2700여 평의 대지를 구입하여 착공 1년만인 1958년 5월, 용두동의 벌판에서 연건평 852평의 항생제 공장을 준공하게 되었다.

그토록 염원했던 신약생산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항생제 기계 도입을 위해 강중희 회장은 장남인 現 동아쏘시오그룹 강신호 회장을 독일로 보냈다. 독일에서 강신호 회장이 여러 기계를 비교, 검토, 엄선하여 도입한 항생제 기계는 약업인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마침내1959년부터 ‘오일페니실린’, ‘스트렙토마이신’ 등이 용두동 항생제 공장의 첫 제품으로 생산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처럼 강중희 회장은 1932년 창업 이후부터 항생제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50년대 말까지 집념과 직접 두발로 뛰어다니며 시장을 분석하고 대중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여 제품화 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동아제약의 기틀을 마련했고 80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의지와 집념은 동아제약의 근간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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