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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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의 급감으로 상당수 보건지소가 의사 공백에 놓이자 정부가 한의사 활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지역보건의료체계를 조정할 전담부서가 사라진 구조적 공백 속에서 단기 처방만 거론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직역 간 갈등이 재점화되고 현장의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법·제도의 공백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보건의료기관' 보고서는 보건소·보건지소·보건진료소를 총괄하는 전담부서의 부재가 지역보건의료체계의 조정 기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의료과 기능 개편 이후 보건지소·보건진료소 운영 기준 마련과 인력 운영 조정 기능이 공백으로 남아 있고, 보건의료원 역시 법적 근거 미비로 조직·인력 기준 설정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공중보건의사 감소와 맞물리며 의료취약지역의 의료공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공중보건의는 2021년 3523명에서 2025년 2551명으로 줄었으며, 같은 기간 보건소 배치 인력도 3041명에서 2156명으로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건복지부는 최근 국회에서 제기된 "공중보건의사 감소에 따라 한의사의 참여와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공감한다"고 밝히고, 보건소·지방의료원 등에서의 한의 진료 기능 강화, 지역 한의 공공보건사업 활성화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의사 인력을 단기간에 늘려기 어렵고, 의과 공보의 미배치 보건지소가 증가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진료 중단이 발생하는 등 일차의료 접근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계는 이러한 정부 방침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의과 공중보건의 배치가 줄어든 보건지소가 증가하고 만성질환 관리 수요가 높다는 점을 들어, 일정 교육을 전제로 한의과 공중보건의가 기초적 보건서비스와 지역사업 수행에 기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역시 "한의과대학은 해부학·생리학·내과학·응급의학 등 기초·임상 과목을 교육받고 있으며, 보건소 현장에서 일차적 보건사업을 수행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의과와 한의과의 진료 체계가 본질적으로 다른 만큼, 의사 인력 부족을 이유로 한의사를 대체 인력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구조적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응급 대응, 외과적 처치 처럼 즉각적인 의학적 판단과 전문수련이 요구되는 영역은 한의사의 기존 역할 범위와 교육 체계로는 담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일차의료 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만큼 지역의료 인력 확보 논의의 한 축으로 한의사 활용 문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공중보건의사 외 다양한 인력 배치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직역 간 시각차가 큰 데다 제도적 기반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공일차의료 전담부 신설과 보건의료원 기능 재정립 등 핵심 제도가 현장에서 안착하기 전까지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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