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메디팜스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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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신약 접근성 강화를 목표로 이중약가제(약가유연계약제) 적용 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약가제도 전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현재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 위주로 제한 적용되는 별도 계약 방식이 일반 대체약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업계와 시민단체는 "약가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복지부, 이중약가 구조 제도화 수순

보건복지부는 신약 등재 촉진과 제약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존 위험분담계약(RSA)을 보완한 '약가유연계약제' 도입을 공식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 제도는 약제의 표시약가를 상대적으로 높게 유지하면서 실제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제약사 환급·할인 계약을 통해 조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된다. 이른바 '표시가–실제가 분리된 이중약가 구조'를 취하는 것이다.

기존 약가제도는 협상 후 결정된 약가가 시장에 그대로 적용되는 단일가격 구조였으나, 약가유연계약제는 두 개의 가격이 동시에 존재하는 방식으로 신약등재와 국제 약가 비교에서 발생하는 불리함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이에 정부는 이 제도가 국내 제약사의 해외 약가 참조(Referencing Price) 확보, 고가 신약의 국내 출시 지연 방지, 기존 RSA의 한계를 보완하는 재정 안정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중약가제의 핵심은 표시약가와 실거래가의 차액을 제약사가 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구조다.

현재 국내에서도 일부 항암제·희귀질환 치료제를 중심으로 환급형 위험분담계약(RSA)이 적용되고 있으며, 약가유연계약제는 이 구조를 보다 넓힌 형태다.

구체적으로 건강보험 등재 시 표시약가를 국제 비교용으로 상대적으로 높게 산정하고 공단과의 비공개 협상을 통해 실제 지급될 실거래가를 할인된 가격으로 설정한다. 보험청구는 표시가 기준으로 이뤄지지만 제약사가 표시가–실제가의 차액을 월 또는 분기 단위로 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표시가가 1만원, 실제 합의가가 7000원인 약제라면, 급여비는 1만원 기준으로 지급되고 제약사는 3천원을 사후 환급한다. 이와 유사한 구조는 케이캡정 등 일부 신약에서 사용량-약가연동(VBP) 계약 형태로 적용된 바 있으며, 구체적인 환급액은 영업비밀로 비공개다. 일부에서는 일부 신약의 사용량-약가연동(VBP) 방식이 해외 약가 참조 문제 해결과 신약 글로벌 진출에 유리하다고 평가해 왔다.

복지부는 약가유연계약제를 포함한 약가제도 종합 개편안을 11월 내 발표 예정이며 업계·시민단체 의견 수렴 및 내부 실무조율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극소수 고가약 중심 적용이지만, 효과가 유사한 대체약제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유의미한 정책 옵션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적용 대상이 확대될 경우 계약형 급여제도가 사실상 표준화되고 기존 약가 산정 체계와 시장가격 구조에 대규모 구조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복지부는 이중약가제 확대와 함께 제네릭 약가 산정률을 기존 53%에서 약 40% 수준으로 낮추는 개편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는 제네릭 중심의 약가 인하로 보험재정 효율성을 높이면서, 신약 등재 유인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약쪽은 표시가 유지·실제가 비공개 계약, 제네릭은 가격 하향·경쟁 심화 라는 구조가 고착되면 시장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정부·업계·시민단체, 같은 제도 두고 '동상이몽'

이중약가제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반응은 찬반 대립으로 단순화되지 않는다. 정부·업계·시민단체가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신약 접근성 제고와 국제약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표시가는 유지하되, 환급을 통해 실제 재정 부담을 조정하는 방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즉 제도 확대는 글로벌 신약 도입 촉진 및 재정 안정성 강화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업계의 우려는 전혀 다른 방향에 있다. 기존 RSA와 달리 이번 정부안이 적용대상 무한 확대, 제네릭 약가 대폭 인하와의 패키지 추진, 비공개 환급 구조의 상시화 등으로 결합되면 "결국 약가 전반의 하향 압박과 수익성 악화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다. 

이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은 지난 24일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계 차원의 공동 대등에 나섰다. 

이들은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안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 국정 기조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향후 정부가 구체적 개편안을 발표하게 되면 입체적인 영향 분석을 토대로 합리적 의견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비대위는 "정부가 내놓을 약가 개편안은 건강보험재정 절감에 목적이 아니라, 적극적인 R&D 투장 대한 적정보상 등 산업 경쟁력 강화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이 되도록 건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시민단체는 "실제약가가 비공개로 운영되고 환급 구조가 제도화되면 약가감시 및 재정통제가 약화될 것"이라며 "높은 표시약가가 해외 약가까지 왜곡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시민단체는 이중약가제도를 약가 투명성과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구조로 규정한 것이다. 

결국 정부는 신약 도입 촉진 및 재정안정성을 업계는 산업경쟁력과 수익성 확보, 시민단체는 약가 투명성·재정 감시라는 서로 다른 목표를 내세우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가 조만간 이중약가제의 적용 기준과 환급·협상 방식, 재정 영향 평가 기준을 포함한 최종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인 가운데 해당 제도의 신약 접근성 및 약가 투명성, 보험재정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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