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 간호사 제도화 시행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간호법 시행과 업무범위 고시는 나왔지만, 교육·감독·평가 체계는 여전히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서울대병원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직무 기반의 표준 교육·수련체계 모델을 공개하면서, 향후 교육시행교칙 마련 과정에서 사실상의 참고 기준으로 떠오를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PA 제도는 오랜 기간 법적 근거 없이 병원별 자율 운영에 머물러 왔고, 교육기준·감독체계·병원 규모별 적용 방식 등 핵심 설계는 지금도 공백 상태다. 서울대병원의 표준모델 제시는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첫 구체적 기준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대병원은 ‘진료지원업무 역량개발 심포지엄’을 통해 진료지원간호사 150명의 직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핵심 직무 12개(위임가능전문직무, EPA)와 단계별 교육·수련체계를 제시했다.
각 EPA는 환자 사정, 처방 지원, 시술·처치 보조, 응급대응, 다학제 협업, 임상 기록·정보관리 등 임상에서 수행하는 실무 단위 핵심 업무를 중심으로 재구성됐으며, 필요한 감독 수준과 수행 기준까지 명확히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기반으로 ▲입문기 ▲초기수행기 ▲독립수행기 ▲전문가기로 이어지는 4단계 수련체계를 제시했다. 입문기에는 공통이론·기초 술기 교육이 포함되고, 초기·독립 단계에는 부서별·상황별 세부 모듈이 배치되며, DOPS·OSCE·Mini-CEX 등 표준화된 평가 방식이 전 단계에 적용된다.
단계별로 어떤 EPA를 어느 수준의 감독 아래 수행할 수 있는가를 명확히 구분해 PA 교육의 일관된 기준을 마련했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PA 업무를 '정량화된 직무 기준'과 '단계별 교육·평가체계'로 구조화한 사례다.
서울대 모델이 전국 의료기관에 미칠 영향은 병원 규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전망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이미 PA 조직과 교육 인프라가 갖춰진 곳이 많아 서울대 EPA 구조를 거의 그대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규칙·고시가 확정되면 가장 먼저 표준체계로 전환할 여건을 갖춘 셈이다.
종합병원은 상급종병만큼의 교육·평가 인력이 부족하므로 EPA 12개 중 일부를 선택 적용하는 부분도입 모델로 갈 가능성이 있다.
중소병원은 중소병원의 경우 교육·감독체계 인프라가 부족한 곳이 많아 EPA 기반 표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차등 기준이나 축소형 규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025 10월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규칙(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동시에 43개 항목을 담은 업무범위 고시안을 행정예고했다.
규칙은 PA 교육기관 요건과 감독체계 등을 처음 법제화했으나, EPA 수준의 직무 정의나 단계별 수련·평가 기준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서울대병원 모델이 현 시점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근거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규칙·고시 설계의 참고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는 진료기록·처방 초안 작성 등 일부 항목이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충돌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책임·감독체계를 어떻게 규정할지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규칙·고시는 의견수렴 절차를 마치고 법제처 심사 등 후속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에는 EPA 기반 업무범위 조정, 교육·수련 기준의 표준화, 병원 규모별 차등 적용, 감독·책임체계 구체화 등이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책임 범위와 감독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과 현장 수용성이 결정될 수 있는 만큼, 규칙·고시 확정 과정에서 세부 기준 마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