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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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콩팥병(CKD) 치료제 시장이 단백뇨를 중심으로 한 치료 전략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SGLT-2 억제제가 신장보호 효과의 확실한 근거를 확보한 데 이어 nsMRA와 GLP-1 계열까지 가세하면서 치료제 경쟁이 사실상 '3파전' 구도로 확대됐다.

최근 미국신장학회 신장주간(ASN Kidney Week 2025)에서 발표된 피네레논(Finerenone)의 FINE-ONE 3상 결과는 이러한 시장 변화를 가속화하는 결정적 분기점이 됐다.

피네레논은 1형 당뇨병을 동반한 CKD 환자에서 6개월간 소변 알부민 대 크레아티닌 비율(UACR)을 위약 대비 25% 줄였다. 이는 1990년대 이후 치료 공백이 지속된 1형 당뇨병 기반 CKD 영역에서 나온 첫 의미 있는 3상 성과다.

연구 책임자인 히도 램버스 히어스핑크 교수(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 의료센터)는 이번 결과에 대해 "1형 당뇨병 동반 CKD는 치료 옵션이 극히 제한적이었고, 환자들은 심부전과 심혈관 사건 위험이 급증하는 취약군이었다"며 "단백뇨 감소가 신장·심혈관 사건 위험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성과는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SGLT-2 억제제는 이미 EMPA-KIDNEY, DAPA-CKD 등 대규모 연구에서 당뇨병 유무와 관계없이 CKD 진행 지연과 사망·입원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한 신장내과 전문의는 "SGLT-2 억제제는 eGFR 저하 속도를 늦추고 심부전 위험까지 줄이는, 가장 넓은 범위의 신장 보호 전략을 제공하는 치료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nsMRA 계열인 피네레논은 염증·섬유화 경로를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SGLT-2와 차별점을 갖는다.

2형 당뇨병 CKD 환자에서 신장·심혈관 사건을 줄인 FIDELIO-DKD, FIGARO-DKD, 두 연구를 통합한 FIDELITY 분석에서도 단백뇨 감소가 효과의 핵심 기전으로 확인된 바 있다.

바이엘 연구개발 총괄 크리스챤 롬멜 박사는 "UACR은 신장 및 심혈관 사건을 예측하는 가장 강력한 바이오마커 중 하나이며, 피네레논의 혜택은 UACR 감소와 높은 상관성을 보인다"며 "이번 1형 당뇨병 CKD 데이터를 통해 치료 공백이 컸던 영역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GLP-1 계열 치료제까지 신장보호 효과를 확보하며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이미 심혈관 사건 감소가 확립된 약제로 FLOWS 등 최근 연구에서 단백뇨 감소 및 신장기능 저하 억제 신호가 반복 확인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GLP-1이 향후 대사·심혈관·신장 기능을 모두 겨냥하는 '범용 치료축'으로 확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CKD 치료제가 다중 기전 경쟁으로 확장되는 배경에는 환자 수 증가와 의료비 부담 악화가 자리한다. 국내 투석 환자 치료비는 이미 연 1조 원을 넘었고 미국 ESRD(말기신부전) 치료비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는 "단백뇨가 높은 환자는 투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단백뇨를 줄이거나 신장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약제는 의료비 절감 효과가 상당하다"며 "치료 혁신이 곧 국가 재정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는 분야"라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는 CKD를 차세대 성장축으로 본격 육성하고 있다.

바이엘은 nsMRA의 적응증 확대에 속도를 내는 한편 보령-릴리와 아스트라제네카는 SGLT-2 기반 신장영역 확장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릴리는 GLP-1 계열의 신장 연구를 대폭 확대하며 CKD 시장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외 국내 기업들도 섬유화·염증 기반 신장질환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며 성장 기회를 모색 중이다.

전문가들은 CKD 치료 전략이 단순 혈당·혈압 조절에서 벗어나 단백뇨 감소와 신장·심혈관 통합 관리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 임상 전문의는 "치료 기준이 eGFR 중심에서 단백뇨 기반으로 이동한 것은 CKD 패러다임 변화의 신호"라며 "SGLT-2, nsMRA, GLP-1이 각자의 강점을 갖고 경쟁하는 3축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피네레논의 FINE-ONE 성과는 이러한 국면에서 시장 재편의 속도를 더할 가능성이 크다. 기존에 접근이 어려웠던 1형 당뇨병 기반 CKD 영역에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며 신장질환 치료제 개발의 방향성 자체를 바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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