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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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필수의료 강화를 목표로 의료진 배상보험료의 75%까지 지원하는 정책을 내놨지만 정작 의료 현장에서 더 심각한 위험은 '보험료 부담'과 함께 '보험 자체에 가입하지 못한 의료진·기관이 상당수 존재하는 점'이 문제로 드러났다. 

특히 고위험 필수과에서 발생하는 중대 의료사고의 약 30%가 보험 미가입 상태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위험을 고려하면 "지원금 중심 대책으로는 필수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확산되고 있다.

산부인과, 소아외과, 신경외과 등 필수의료 진료과는 의료사과 발생 시 수억 원대의 손해배상이 뒤따르는 고위험 구조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산부인과(분만 실적 보유), 소아외과·소아흉부외과·소아심장과·소아신경외과 전문의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의학과·심장혈관흉부외과·신경과·신경외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보험료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전문의의 경우 고액 배상보험(3억 초과~10억 구간) 보험료의 75%(연 150만 원 한도), 전공의는 보험료 50%(연 25만 원 한도, 단체보험 기준)를 지원한다. 복지부는 지난 11월 11일까지 공모 절차를 마무리하고 올해 12월 보험계약을 개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사업 발표 당시 "고위험 필수과의 기피 요인을 완화하고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첫 조치"라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사고 30%는 보험 미가입 상태...의료계 "취지만 공감"

그러나 의료사고 분쟁 통계, 수련환경평가, 전문학회의 제출자료 등을 종합하면 필수과 기피 요인이 단순히 '보험료의 높음'만이 아니라, '보험에 가입조차 하지 못하는 구조적 위험'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 자료 조사에 따르면 필수의료기관 보험가입률은 단 17%에 불과했다. 즉, 10곳 중 8~9곳은 미가입상태로 국립대병원 10곳 중 4곳도 미가입인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의료기관 평균 가입률은 60%이하로 나타나며 복지부와 병협은 "응답하지 않은 기관을 포함하면 실제 미가입률은 30~5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사업 취지는 대체로 공감하지만 지원 대상의 제한성과 정책 설계의 현실성 부족을 강하게 비판한다. 필수의료 분야의 보험 미가입이 단순한 비용 부담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이유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우선 보험료 자체가 너무 높다. 실제 고위험과의 연 보험료는 수백만~수천만 원대에 달하지만 정부가 75%를 지원해도 지방병원.중소병원은 나머지 25%조차 부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보장구간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정부 지원 보험은 3억~10억 구간만을 보장하는데 실제 분쟁 상당수가 1억~3억 구간에서 발생해 실질적으로 필요한 보장은 빠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외 보험사 인수 기피, 행정 절차 복잡 등이 문제로 제기된다. 

실제 모 종합병원 관계자는 "분만, 소아수술, 신경외과 등은 손해율이 150~200%에 달하면서 보험사가 상품 판매 자체를 중단하거나 인수를 거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면서 "지원금도 중요하지만 보험사가 받아주지 않는 부분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도 "현재 정부 정책은 이미 보험에 가입한 의료진의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며 보험사 인수 기피, 상품 부족, 병원 재정난, 보장 구조 미비, 절차 복잡성 등 보험 미가입의 실제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전공의 가입률을 올리려면 의무화와 전액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1~3억 구간의 실제 분쟁을 보장하지 않는 보험에 가입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배상보험료 지원이 필수의료 보호라는 목표는 정확하지만 보험 공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반쪽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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