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I 생성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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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시장이 두 거인의 독무대에서 추격전 구도로 바뀌었다. 화이자가 미국 바이오텍 멧세라(Metsera)를 인수하며 일라이 릴리(Eli Lilly),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주도하던 GLP-1 전선에 공식 합류했다. 아직 상용화된 비만치료제는 없지만 화이자가 확보한 차세대 복합기전 플랫폼은 후발주자 이상의 파급력을 예고한다.

최근 화이자의 멧세라 인수 건은 최초 계약(9월 기준)은 주당 47.50달러에서 최종 합의 조건은 주당 86.25달러(기본 현금 65.60달러+최대 20.65달러 성과기반 지급)로 상향해 총 인수금액은 약 100억 달러로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노보노디스크가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조건부 인수안을 제시했으나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심사 부담과 계약 위반 소송 가능성을 이유로 인수 철회를 공식화했다.

화이자는 이번 인수를 두고 멧세라 및 노보노디스크를 상대로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계약 위반 소송을 제기했으며 FTC는 이를 '조기 승인 절차'로 검토해 통과시켰다.

이번 인수로 화이자는 GLP-1 계열을 넘어 GIP(Glucose-dependent Insulinotropic Peptide)·아밀린(Amylin) 병용요법까지 아우르는 복합기전 개발 기반을 확보했다.

그 핵심에는 한국 디앤디파마텍(D&D Pharmatech) 이 보유한 기술이전 자산이 자리한다.

디앤디파마텍은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멧세라에 경구용 GLP-1 작용제 'MET-097o'를 비롯해 경구·주사형 삼중작용제 등 총 6개 파이프라인을 기술이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화이자-멧세라 인수는 단순히 빅파마 간 경쟁이 아니라 한국 기술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계기"라며 "디앤디파마텍의 경구용 GLP-1 라인과 삼중작용제가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경우 국내 바이오기업의 기술수출 모델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사, '경구제·삼중작용제'로 글로벌 추격

화이자의 가세로 비만치료제 전쟁이 가열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각자의 전략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주1회 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efpeglenatide)'와 삼중작용제 'HM15275', 근육량 유지형 비만신약 'HM17321'을 축으로 개발 중이다.

최근 중간임상 결과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는 40주차 기준 체중감량률 최대 30%를 기록하며 글로벌 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일동제약은 경구용 GLP-1 계열 신약 'ID110521156'을 앞세워 1상에서 평균 9.9%, 최대 13.8% 체중감량 데이터를 확보했다.

주사제 중심 시장에 경구형 대안을 제시하며 해외 기술이전 논의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DWP30601’을 기반으로 GLP-1/GIP 이중작용 병용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들은 후발주자이지만 차별화된 기전, AI 탐색, 글로벌 제휴로 틈새를 노려야 한다"며 "한국형 GLP-1 모델 구축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GLP-1, 차세대 블록버스터 무대

시장조사기관 EvaluatePharma는 비만치료제 시장 규모가 2030년 1300억달러(약 18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GLP-1 계열을 중심으로 GIP, 아밀린, FGF21 등 복합기전이 확장되며 '다중수용체 전쟁'이 예상된다.

이번 멧세라 인수를 계기로 비만치료제 경쟁은 기술 개발에서 전략적 M&A 구도로 급격히 전환됐다. 급변하는 상황 속 국내사들이 어떤 위치와 전략을 취하느냐가 향후 5년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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