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 시장의 절대강자였던 노보노디스크가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위고비(Wegovy)와 오젬픽(Ozempic)으로 대표되는 GLP-1 계열 약물이 여전히 매출의 핵심이지만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보노디스크는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에서 2025년 1~9월 누적 매출이 덴마크 크로네 기준 12%, 환율 보정(CER) 기준 15%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기별로는 매출 증가율이 둔화했고 영업이익은 5%(CER 기준 10%) 증가에 그쳤다.
회사는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낮춘 8~11%, 영업이익 성장률은 4~7%로 조정했다.
이번 실적에는 약 80억~90억 덴마크 크로네(한화 약 1조7000억원)에 달하는 구조조정 비용이 반영됐다. 이로 인해 순이익은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신임 CEO 취임 이후 이사회 개편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 내부 변화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새 CEO가 '세례의 불시험(baptism of fire)'에 직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화이자와의 경쟁, 멧세라 인수 추진 공방전, 내부 개편 등 불확실성이 겹친 탓이다.
특히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성장세는 둔화되는 추세다. 공급 병목이 완화되면서 초기 폭발적 수요가 줄었고 경쟁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Mounjaro)와 젭바운드(Zepbound)가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암젠,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차세대 GLP-1 계열 신약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며 시장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GLP-1 치료제 열풍이 과열기를 지나 조정기에 접어들었다"며 "노보노디스크의 독주가 멈추고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올해 들어 하락세다. 투자자들의 경계심을 반영한 흐름으로 읽힌다.
국내 제약사들도 GLP-1 경쟁 대비 '잰걸음'
노보노디스크의 성장 둔화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과열 경쟁 단계로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독주 체제의 흔들림이 곧 'GLP-1 패권 경쟁'으로 번지며 국내 제약사들도 이에 대응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미약품은 한미약품은 주 1회 주사형 삼중작용제 'HM15275'와 함께 신개념 비만치료제 'HM17321'를 개발 중이다.
특히 HM17321은 '근육량 증가'와 '지방 선택적 감량'을 동시에 구현하는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기전의 비만 혁신 신약으로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FDA로부터 임상 1상 진입을 위한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일동제약은 경구용(GLP-1) 수용체 작용제 후보물질 ‘ID110521156’을 개발 중이다. 주사형 중심의 시장에서 복용 편의성을 높인 소분자 제형으로 일본과 중국 등에서 특허를 확보했다. 회사는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상용화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대웅제약 역시 GLP-1 계열을 포함한 대사질환 치료제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경구·패치 등 다양한 제형의 비만치료 후보물질을 발굴 중이며 일부 후보는 전임상 단계에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은 주사형에서 경구제·복합제·삼중작용제 등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노보노디스크의 성장 둔화는 단순한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시장 구조가 바뀌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GLP-1 기술 내재화에 성공할 경우 해외 시장 진출뿐 아니라 비만·당뇨 복합 치료 영역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이번 노보노디스크의 조정은 오히려 한국 제약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