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데일리 DB
사진=뉴데일리 DB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뒤 백신산업은 빠른 속도로 '뉴노멀'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폭발적 수요 이후의 조정기 속에서도 전 세계 백신 시장은 규모와 기술 면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백신 시장은 약 359억 달러로 추산되며, 2029년에는 457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성장률은 4.0% 수준이다. 지역별 점유율은 북미(52%), 유럽(22%), 아시아-태평양(20%) 순으로 나타나며 팬데믹을 계기로 확립된 생산·유통 체계가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분석된다.

mRNA 중심에서 다기술로…'포스트 코로나' 시장 재편

팬데믹 기간 동안 백신산업의 중심축이었던 mRNA 플랫폼은 2029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9.9%로 조정될 전망이다. 

이는 일시적 급성장을 지나 안정화 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평가되며 대신 결합백신(Conjugate), 재조합백신(Recombinant), 불활성화 서브유닛 백신(Inactivated Subunit), 생백신(Live Attenuated), 톡소이드(Toxoid) 백신 등 전통 기술 기반 제품이 연 5~8% 수준의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 시장은 2023년 GSK의 '아렉스비(Arexvy)', 화이자의 '아브리스보(Abrysvo)', 모더나의 'mRESVIAR' 등 신제품이 잇달아 FDA 승인을 받으며 성장세를 주도하고 있다. HPV(자궁경부암) 백신, 대상포진(Herpes Zoster) 백신 등 감염병 대응용 프리미엄 제품군도 글로벌 매출 상위권에 진입했다.

시장 점유율에서는 여전히 화이자, GSK, 머크, 사노피 등 4대 글로벌 기업이 60% 이상을 차지하며 과점 체제를 유지 중이다. 다만 신기술 기반 기업과 바이오텍 스타트업의 진입이 활발해 구조적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 백신산업, 4년 새 두 배 성장…3강 구도 공고화

국내 백신산업도 팬데믹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2019년 7480억 원이던 국내 백신 생산액은 2023년 1조 5842억 원으로 늘어나 연평균 2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기업별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생산 점유율 36.8%, 수출입 점유율 25.4%로 선두를 유지하고 있으며, LG화학(17.0%), GC녹십자(13.4%)가 뒤를 잇는다. 이들 3사는 코로나19 백신 생산 경험을 바탕으로 mRNA, DNA, 바이럴 벡터 등 차세대 백신 플랫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SK바이오사이언스는 CMO(위탁생산) 중심에서 글로벌 파이프라인을 확보, LG화학은 프리미엄 결합백신, GC녹십자는 B형간염·Td 기반의 범용백신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수출입 규모 또한 2019년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SK바사는 백신 수출량을 팬데믹 이전 대비 2배 가까이 늘렸으며, LG와 GC 역시 동남아·중남미 지역으로의 수출을 확대했다. 이는 mRNA와 바이럴벡터 계열 차세대 백신이 처음으로 해외 시장에 진입한 점은 상징적으로 평가된다. 

HPV·RSV·폐렴구균 중심 성장, 글로벌 M&A 활발

2025년 이후 백신 시장의 주요 성장 축은 HPV, RSV, 폐렴구균, 독감 백신으로 좁혀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바이오텍과의 M&A 및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기술 내재화를 가속 중이다.

2024년 사노피는 노바백스와 'Nuvaxovid' 라이선스 계약(12억 달러 규모)을 체결했으며, 머크는 OPKO Health를 인수해 장기 백신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국제기구의 지원정책도 산업 구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WHO와 UN을 중심으로 Gavi, COVAX 등이 백신공급 표준화 모델을 강화하며 저소득국 중심의 글로벌 조달시장에서 PQ 인증을 기반으로 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한 국가 백신 R&D 플랫폼 구축, 첨단 백신 규제 완화, 국제 인증 확대, 생산 인프라 강화가 병행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질병청이 추진 중인 '국가백신산업전략'은 연구개발-임상-생산-수출 전주기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WHO·EMA·FDA 인증 동시 획득을 통한 국제 표준화, 민관 공동 R&D 확대 등이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이후의 백신 시장은 단순히 기술 경쟁이 아니라, 인증·공급망·국가전략이 결합된 시장으로 변했다"며 "한국이 글로벌 백신 허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PQ 인증 확대, 원부자재 자급화, 국제 공동연구 플랫폼 구축이 3대 전략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