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바이오시장에서 K-신약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연매출 1조원을 넘는 블록버스터 국산신약 탄생에 대한 기대감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과거 국산신약의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SK케미칼의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LG화학의 팩티브, 한미약품의 올리타 등 많은 국산신약이 허가됐지만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령의 카나브, LG화학의 제미글로 등의 국산신약은 1000억원대의 블록버스터로 자리잡았지만 국내 시장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2020년대 전후를 기점으로 출현한 P-CAB 제제 HK이노엔의 케이캡을 비롯해 유한양행의 렉라자,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등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하는 국산신약이 늘면서 조만간 글로벌 블록버스터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미국 FDA 승인 첫 국산 항암제 '렉라자'
글로벌 블록버스터 등극이 예상되는 첫 번째 국산신약으로는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꼽힌다. 비소세포 폐암치료제인 렉라자는 국산 항암제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8월 존슨앤드존슨(J&J)의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미국 FDA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J&J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글로벌 매출 3억 2000만 달러(약 4500억원)를 기록했다. 해당 병용요법이 미국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 시장에서 25% 점유율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어서 장기적인 매출 성장 가능성이 제시됐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거나 가속화할 경우 렉라자는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27년에는 글로벌 매출 1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J&J는 오는 2027년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으로 약 50억 달러(약 7조원)에 달하는 연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유럽, 일본,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추가로 허가를 받아, 빠르게 시장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조만간 리브리반트 SC 제형이 승인되고, 미국 국립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의 선호요법 등재와 함께 최종 전체생존률(OS) 결과가 도출되면 매출 성장세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P-CAB 신약 '3형제', 케이캡·펙수클루·자큐보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의 맏형 격인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은 현재 국내를 포함해 중국, 미국, 인도 중남미 등 54개국에 진출했으며, 이 중 18개국에서 출시됐다.
2019년 국내 출시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처방액 8101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P-CAB 제제 중 가장 많은 5개의 적응증을 보유한 케이캡은 지난 4월 미국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쳐 미국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올해 4분기에 미국 FDA에 미란성 식도염 및 비미란성 위식도 역류질환 적응증을 포함한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할 계획이어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는 2022년 출시 후 3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블록버스터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총 30여개국에 진출했으며, 인도와 멕시코, 칠레 등 6개국에서 출시됐다.
특히 최근 약 3조원 규모의 중국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글로벌 매출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내년 하반기 발매를 기점으로, 중국 현지의 특성과 수요를 반영해 본격적으로 진출 전략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제일약품의 '자큐보(성분명 자스타프라잔)'는 지난해 10월 출시된 막내다. 품목허가 후 8개월만에 두 번째 적응증을 추가하고, 구강붕해정으로 제형 개발도 성공하며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출시 후 세번째 분기만에 분기 105억원 수준의 처방액을 기록하면서, 내년 연처방액 1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큐보도 중국을 우선으로 글로벌 진출을 노린다. 중국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후 지난 8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에 품목허가신청을 제출하고 현재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국내사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허가까지 첫 사례 '엑스코프리'
SK바이오팜의 뇌전증 혁신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는 지난 2019년 11월 미국 FDA 허가를 받았다. 국내 제약사가 기술수출 없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개발, 허가 승인까지 획득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2020년 5월 미국에서 출시됐다. 출시 이듬해인 2021년 미국 매출은 782억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증가했고, 2024년에는 약 4387억원으로 전년 대비 62% 성장했다.
미국 시장뿐 아니라 브라질 신약승인신청(NDA) 신청을 시작으로 중남미 약 17개국 진출을 진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저변을 확대 중이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3개국의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현재 중국과 한국, 일본에서 허가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에서는 SK바이오팜과 라이선스-인 계약을 체결한 동아에스티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해 허가를 기다리는 중이다. 최근 전신 발작 뇌전증에 대한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를 확보하며 '청소년 및 성인 전신발작'의 적응증 확대를 위한 청신호를 받았다.
해당 성과를 토대로 미국 FDA에 적응증 추가를 위한 허가 신청(sNDA)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어서, 향후 미국 매출은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후속 국산신약에 대한 기대감 'UP'
이러한 국산신약 성과와 맞물려 정부의 정책지원도 후속 국산신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당장 눈에 띠는 부분은 심사기간 단축이다.
식약처는 지난해와 올해 신약 및 바이오시밀러 허가 수수료 인상과 함께 허가 심사기간을 단축했다. 신약은 올해 1월부터 기존 420일에서 295일로 단축했으며, 바이오시밀러도 기존 406일에서 295일로 단축해 적용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메디톡스의 턱밑 지방 개선 치료제 '뉴비쥬(성분명 콜산)'의 허가를 통해 현재 국산신약 40호가 탄생했다. 허가 심사기간 단축을 적용 받아 41호 국산신약으로 등장할 후보는 현재 허가절차를 진행 중인 엑스코프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이밖에 한미약품이 개발하는 GLP-1 계열 비만주사제 '에페글레나타이드', LG화학의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 지엔티파마의 뇌졸중 치료제 '넬로넴다즈' 등이 임상 3상 단계에 있어 후속 국산신약 등장에 대한 기대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