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GLP-1 시장 주도권을 놓고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의 경쟁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양사는 직접 비교 연구 데이터를 잇따라 공개하며 혈당·체중·심혈관 효과를 두고 맞불을 놓고 있다. 동시에 빅파마들도 인수·제휴를 통해 비만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릴리는 최근 2형 당뇨병 환자 169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CHIEVE-3 임상시험에서 개발 중인 경구용 오포글리프론이 노보의 리벨수스(경구 세마글루타이드)보다 A1C와 체중 감소에서 우위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오포글리프론 투여군은 저용량에서 6.7%, 고용량에서 9.2% 체중 감소를 기록하며 리벨수스 대비 확연한 차이를 나타냈다. 다만 위장관 부작용으로 인한 중단률은 더 높았다. 릴리는 오는 2026년 말까지 비만과 당뇨 적응증으로 FDA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노보는 오젬픽과 릴리의 트루리시티를 비교한 REACH 연구 데이터를 내놓으며 맞대응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젬픽은 트루리시티 대비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위험을 23% 낮췄으며, 종합 평가 변수에서도 25%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특히 오젬픽은 2형 당뇨병과 만성 신장 질환 환자의 신장 질환 진행과 심혈관 사망 위험을 동시에 줄이는 유일한 GLP-1 약물로 차별성을 확보했다.
매출·시장 점유율 경쟁도 치열
양사의 매출 경쟁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2024년 노보는 오젬픽과 위고비로 총 250억 달러를 올려 릴리(164.7억 달러)를 제쳤다. 그러나 릴리는 성장 속도에서 앞서며 2025년 상반기 GLP-1 제품 매출만 147억 달러를 기록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3년까지 112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양사는 차세대 경구·주사제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글로벌 빅파마들도 뒤따라 합류하는 양상이다.
빅파마, 인수·제휴로 '비만 황금시장' 합류
화이자는 최근 비만 치료제 개발업체 메세라를 49억 달러에 인수하며 4개의 인크레틴·아밀린 프로그램을 확보했다. 애브비는 덴마크 구브라로부터 아밀린 유사체 후보를 도입했고, MSD는 중국 한소 파마의 경구 GLP-1 작용제 글로벌 권리를 따냈다. 로슈는 카모트 테라퓨틱스를 인수해 CT-388을 확보한 데 이어 뉴질랜드 파마와 아밀린 유사체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암젠, 바이킹 테라퓨틱스 등도 차세대 이중 작용제와 경구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킹의 VK2735는 피하·경구 제형으로 개발 중이나 최근 임상 중간 결과에서 기대에 못 미친 데이터로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GLP-1 패권 전쟁은 단순한 혈당 강하제를 넘어 비만·심혈관·신장 질환까지 포괄하는 치료 영역 확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비만 황금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이제 노보와 릴리의 양강 구도를 넘어 빅파마 전체의 총력전으로 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