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작품에 담긴 고통과 회복의 서사를 환자의 삶에 비춰 깊이 있게 풀어낸 의료 인문학서 '치유의 캔버스'가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는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김 교수가 실제로 진행한 강의를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했다. 그는 2015년 의예과에서 교양 강좌 '세계 예술 속 의학의 이해'를 개설한 데 이어, 2017년부터는 본과생을 대상으로 한 심화 강좌 '예술작품 속 인간: 질병과 치유에 대하여'를 운영해 왔다. '치유의 캔버스'는 이 강의들에서 다뤄졌던 예술 작품과 의료 인문학적 통찰을 엮어낸 결과물이다.
강의와 마찬가지로 책에서도 다양한 예술 작품을 의학적 관점으로 조망하며, 삶의 이야기와 감정을 풍부하게 전달한다. 특히 미술의 심미성과 상징성을 통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에게 심리적 치유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의학생에게는 지식뿐 아니라 감성과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며, 예술 감상과 인문학적 토론을 통해 진정한 의료인의 품격과 인간다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예술을 통해 감정과 사회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나 역시 결국 환자와 같은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예술 감상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책은 1부에서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작품을 감상·해석하고, 2부에서는 서로 다른 작품을 비교 분석하는 구성이다.
‘비만은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가?’, ‘시신에도 인권이 있는가?’, ‘고흐의 밤하늘은 왜 소용돌이치는가?’ 등 흥미로운 질문을 통해 질병, 인간성,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끈다.
예술에 관심 있는 일반 독자는 물론, 의료인의 공감 능력과 감수성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책으로 평가된다. 작품은 저자가 직접 감동을 받은 미술작품 중 교육적 의미가 크다고 판단한 서양 중세 말기부터 근대 초기 중심으로 구성됐다.
김영호 교수는 서울시 보라매병원에서 난청, 이명, 소아이비인후과 질환을 전문으로 진료하며, 예술을 통해 의료인이 경험하기 어려운 감정과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