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피젠트 출시 이후 숨어 있던 환자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20~30대 젊은 층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아토피피부염은 그동안 숨어있던 질환이었다. 영유아 시기에 발현돼 평생을 가는 질환이지만 고혈압·당뇨와 같은 만성질환에 밀려 전문가와 환자 본인, 가족들만의 '질병'으로만 남아있던 분야였다.
아토피 피부염은 최근 20~30대 환자들이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전통의학이나 대체치료에 만족해야 했던 이들이 20년 만에 나타난 신약의 등장에 의료기관을 직접 찾기 시작했다. 약에 대한 데이터를 직접 찾아보고 본인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비교해 보면서 새로운 약물이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서다.
이런 현상은 듀피젠트(성분 두필루맙)가 출시되면서 나타난 현상 중 하나다. 임상현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확인된다.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16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듀피젠트 간담회에서 '성인 아토피피부염 환자에 대한 듀피젠트 국내 실제 경험'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듀피젠트 출시 이후 물밑에 있던 환자들이 많이 나왔다. 새로운 약제의 출연 영향"이라면서 "이런 환자들의 특징은 20~30대 환자가 많고 치료에 적극적이며 어릴 때부터 질환을 앓아 왔기 때문에 질환과 치료제에 대한 정보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젊은 환자들은 치료에 대해 반응이 빠르다. 그래서 초진 때 설명을 공을 들여 길게 하는 편"이라면서 "환자에게 많은 선택지를 준다. 서로 공유하고 치료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달라진 진료실 풍경을 전했다.
듀피젠트, 한국인 환자 대상 연구 '유사한 효과' 입증
안지영 교수는 이날 듀피젠트 국내 임상 경험을 공유했다. 그가 주도한 '국내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대상 국내 실제 투여 경험을 바탕으로 한 듀피젠트의 효과와 안전성 프로파일에 대한 후향적 연구'에서 듀피젠트 투여군은 투여 2주차부터 습진중증도평가지수(EASI)와 숫자통증등급(NRS) 점수 개선이 관찰됐다.
투여 16주차에 EASI 점수가 베이스라인(29점) 대비 77.4%가 개선됐고, NRS 점수도 베이스라인(8점) 대비 70%가 개선됐다.
또 환자 중 63.6%는 투여 16주차에 베이스라인 대비 EASI-75 도달에 성공했다. 기존 글로벌 임상인 SOLO1에서는 51%를 보였고, CHRONOS에서는 69%를 나타낸 것을 볼 때 유사한 효과를 입증했다.
환자중심습진평가(POEM) 점수 또한 듀피젠트 투여 16주차에 베이스라인(24점) 대비 60.7% 개선됐고, 삶의질 점수(DLQI)는 베이스라인(23점) 대비 65%가 개선됐다.
안지영 교수는 "듀피젠트를 투여 받은 환자들은 높은 중증도와 기존 치료이력을 대부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하면서 "주요 이상 반응은 안면의 홍반과 결막염이 나타났는데 기존 글로벌 3상 연구에서 나타난 이상반응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국내 환자에서도 EASI, NRS, POEM, DLQI 등 아토피피부염 중증도를 평가하는 모든 평가 항목에서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면서 "글로벌 임상에서 본 결과와 유사한 효과를 봤고, 특별한 이상반응 없이 치료효과를 입증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듀피젠트 급여 전인 2018년 9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이뤄졌으며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환자 101명이 참여했다. 환자에게는 첫 회 듀피젠트 600 mg 투여, 이후 2주 또는 그 이상의 간격으로 300 mg를 투여하며 연구를 진행했다.
안지영 교수는 "아토피 환자들의 경우 삶의 질 지수와 환자중심 습진진단은 EASI지수와 관계가 없었다"면서 "피부 병변 보다는 환자가 말하는 증상에 집중해 치료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 급여 조건이 되는 기준으로 EASI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주관적 증상과 NRS, POEM 등이 중요하다"면서 "객관화된 자료가 아니어서 급여조건에 포함될 수는 없으나 이런 기준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아토피 치료 가이드라인은 과거 중증, 중등도에 집중된 경향을 보이다 최근 들어서며 환자 개인별 맞춤 치료에 가까워지고 있다. 차이는 있지만 국가별로 환자의 주관적 생각을 중요하게 여겨 가이드라인에 반영하고 있다.
안 교수는 "가이드라인은 유렵에서는 16점 이상, 우리나라는 23점이 돼야 중증으로 평가하지만 이것은 하나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환자의 주관적 생각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면서 "평가 방법을 연구하는 학회에서도 환자의 주관적인 증상이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해 반영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안지영 교수는 국내에서 논의되는 급여 기준으로 EASI 70 정도가 적당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는 "치료에 효과를 충분히 보는 환자에게도 추가 치료를 해야 하지만 의사 입장에서 삭감을 받으면서 치료를 할 수는 없고 환자도 보험을 받고 싶어 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관해를 이뤘을 때 기간 늘리거나 용량을 줄여 장기간 팔로우업을 해야 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드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많은 연구가 뒷받침 되면 향후 더 많은 환자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듀피젠트 이후 출시를 예고한 신약의 등장에 대해서는 "환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개인적으로는 바이오마커에 관심이 있다. 어떤 치료에 어떤 환자가 맞는지를 알기 위해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안지영 교수는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아토피비부염은 꾸준히 증가되고 있으며 특히 중증 아토피피부염에서 동반 질환의 발병이 빈번한 30대 이상 환자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증 아토피 환자의 증가는 더 많은 동반 질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