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적지만 5년 생존율 역시 현격이 낮아 관련 항암제 급여 진입 문턱이 높은 췌장암 치료 영역에서 오니바이드(성분 나노리포좀 이리노테칸)가 최근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2016년 발표된 임상 NAPOLI-1에서 췌장암 환자의 무진행생존기기간(PFS)과 전체생존기간(OS) 연장을 입증해 내면서 국내에서 2차 치료제로 급여 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20일 진행된 '오니바이드 미디어세션'에서 유창훈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췌장암 치료제 중 2차 약제로 급여권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제보다 오니바이드는 생존기간을 늘리는 약제이기 때문에 경제성 연구를 유연하게 해서 급여진입이 됐으면 한다"며 "췌장암 환자들은 약제 선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더 많은 옵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췌장암 치료제가 급여 진입에 요원한 이유는 다른 암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생존율과 암환자 비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췌장암 환자는 7031명으로 전체 암 발생자 23만명 대비 3%에 불과하다. 또 췌장암 조기 발견 비율은 다른 암종에 비해 매우 낮은 10%대에 불과해 80~90%에 달하는 환자들은 이미 진행성 췌장암(3, 4기) 상태로 병원을 찾는다.

다른 암종에 비해 낮은 생존율도 췌장암 분야 치료제가 부족한 이유이기도 하다. 전이성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2.1%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환자의 98%가 췌장암 발생 5년 이내 사망한다는 뜻이다.

치료제 개발 역시 다른 암종에 비해 상당히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고, 다른 암종에 두루 쓰이는 면역항암제도 췌장암 영역에서만큼은 고전하고 있다.

췌장이라는 장기 자체가 세세한 섬유화 조직들로 구성돼 있어 암세포를 둘러싼 섬유조직을 항암제들이 투여하지 못하면서 치료제 개발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췌장암 표준 치료는 지난 1997년 젬시타빈이 1차 약제로 선정된 이래 2017년에 들어서야 미국 NCCN가이드라인이 변화되면서 오니바이드가 치료제로 진입하게 됐다.

NCCN가이드라인, 오니바이드 병용요법 권고 

치료에 실패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오니바이드(5-FU/LV 병용요법)를 유일한 Category 1로 권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오니바이드는 젬시타빈을 기반으로 하는 항암요법 이후에도 질병이 진행된 환자에 대해 플루오로우라실(FU)과 류코보린(LV)과 병용한 전이성 췌장암 치료제로 지난 2017년 허가를 받았다.

NAPOLI-1 임상을 통해 유효성 확인

췌장암 환자는 생존율이 짧기 때문에 그동안 각 국가에서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이 주를 이뤘으나 세르비에는 오니바이드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한국인 환자를 포함한 전세계 14개국을 대상으로 NAPOLI-1 임상을 진행한 바 있다.

젬시타빈 기반 항암화학요법에 실패한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NAPOLI-1 임상 연구에서 오니바이드(5-FU/LV 병용요법)는 5-FU/LV 요법 대비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6.1개월로 약 1.5배,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3.1개월로 약 2배 개선했다.

유창훈 교수는 "NAPOLI-1 임상은 전이나 수술 불가능한 환자 30%를 포함해 진행된 임상으로 의사들이 이야기하는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이라고 의미 둔 뒤 "그런 환자들에게서도 OS와 PFS를 늘린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타 항암제들은 투여량을 늘리면 독성이 늘어 삶의 질이 떨어지지만 오니바이드는 독성이 추가되는 부분이 있다 해도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은 없었다"면서 "부작용은 다른 약제와 비슷한 설과 구토 피곤 백혈구감소증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임상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한국인을 포함한 동양인 환자에서 치료 성적이 더 좋았다는 부분이다.

유창훈 교수는 "전반적으로 전체 생존율은 아시아그룹에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아시아 환자가 비교적 부작용이 생겨도 삶의 질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아시아 환자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평가했다.

국내 전이성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관찰 연구에서 오니바이드(5-FU/LV 병용요법)를 사용한 국내환자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9.4개월,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3.5개월로 나타났다.

아시아 환자군 하위분석에서는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8.8개월,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3.1개월로 나타났다.

"높은 약제비 부담, 급여 진입돼야"

이날 유창훈 교수는 오니바이드가 급여에 진입한 다른 2차 약제 보다 임상적 효능이 입증된 점을 강조하면서 조속한 급여 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니바이드가 생존 6개월 미만으로 예상했던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9개월로 연장한 것은 고무적인 결과"라면서 "급여가 적용되는 약이 제한적인 만큼 비용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적시에 약제 투여 및 치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췌장암은 생존기간이 짧아 생존 환자를 중심으로 한 환자단체가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진과 학계에서도 정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한계점이 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세르비에는 한국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무상공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못한 환자들은 한 달 평균 500만원을 치료비용에 사용하고 있다고 회사측은 전했다.

한국세르비에 관계자는 "현재 급여 진입을 위해 심평원과 논의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최선을 다해 급여 진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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