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구 고령화에 따라 혈액암 중 비호지킨림프종 환자도 증가하고 있지만 많이 쓰이는 약제 중 하나인 에자이의 '심벤다(성분명 벤다무스틴)'의 국내 허가가 제한돼 있어 환자의 치료 접근성도 같이 제한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 도입된 신약이 보험급여 적용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심벤다의 사연도 만만치 않다.

심벤다는 지난 2011년 5월 국내에서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및 다발골수종(MM) 치료제로 허가 승인 받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으며, 이후 두 번 급여신청을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2011년 CLL과 MM에 대해 급여신청했지만 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비급여 결정이 났다. 다시 2014년 적응증을 추가하면서 급여신청했지만 재발 및 불응성 비호지킨림프종에 대해서만 급여 권고돼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심벤다는 미국과 유럽에서 BR요법(벤다무스틴+리툭시맙 병용요법)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NCCN(미국종합암네트워크) 가이드라인에서도 BR요법은 소포성 림프종에 category 1으로 권고되고 있으며, 표준요법으로 널리 사용되는 R-CHOP이나 R-CVP보다 더 선호되고 있다.

문제는 BR요법이 국내에서 급여는 둘째치고 허가조차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심벤다는 국내에서 ▲리툭시맙 단일요법 내지는 리툭시맙이 포함된 병용요법 시행 중이거나 또는 6개월 내 질병이 진행된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NHL)의 단일요법 ▲플루다라빈이 포함된 항암화학요법이 부적합하며 Binet stage B 또는 C에 해당하는 CLL의 일차 치료요법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에 적합하지 않고 진단 시 신경병증으로 인해 탈리도마이드 또는 보르테조밉의 투여가 부적합한 65세 이상의 Durie-Salmon stage III 또는 진행성 stage II에 해당되는 다발성 골수종 환자에게 프레드니손과 병용요법으로 허가 받았다.

보험급여 적용 이전 허가가 문제

때문에 허가사항 이외인 BR요법은 사전신청 요법으로만 사용이 가능하다.

사전신청은 허가사항은 아니지만 의학적 요구도가 높고 임상적 유용성이 타당한 요법에 대해 요건을 갖춘 요양기관에서 심평원에 사전신청해 승인이 되면 사용하는 제도다.

사전신청을 하더라도 조건을 모두 갖춘 요양기관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식약처가 임상실시기관으로 지정한 기관만 사전신청이 가능하고, 다학제위원회가 구성돼 있어야 하며, 환자에게 사용한 후에도 보고를 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이렇게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약제를 사용한다고 해도 급여에서 또 문제가 된다.

심벤다는 단독요법보다는 병용요법으로 많이 쓰이는데, 이때 이미 급여 상태인 다른 약제도 심벤다를 추가로 사용할 경우 비급여로 전환되는 것이다.

에자이는 현재 로슈의 가싸이바(성분명 오비누투주맙), 얀센의 임브루비카(성분명 이브루티닙) 등 신약은 물론이고, 얀센의 벨케이드(성분명 보르테조밉)와의 병용요법도 임상을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에자이 관계자는 "심벤다는 리툭시맙과 병용시 PFS(무진행 생존률)를 R-CHOP 투여군에 비해 2배 이상 증가시키는 등 다른 약제와 같이 사용할 경우 효과가 훨씬 더 좋게 나온다"며 "그러나 허가도 안돼 있고 급여도 안돼 있어 후발 주자들도 심벤다 때문에 급여를 못받게 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향후 신규 약제들이 국내 허가를 받을 경우 급여문제에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에자이는 식약처에 지난해 12월 저등급 비호지킨림프종(NHL)과 외투세포림프종(MCL)에서 BR요법에 대해 적응증 추가 신청을 했으며 빠르면 올해 5월 말, 늦으면 7월경에 결론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에자이 관계자는 "환자지원프로그램을 고려했을 때 BR요법의 주기당 치료비용은 최근 외투세포림프종에 급여된 VR-CAP요법이나 CLL에 급여된 병용요법과 유사한 수준이거나 저렴한 편"이라며 "하루빨리 허가와 함께 급여가 이루어져서 많은 환자들이 혜택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체 혈암액 중 44%를 차지하는 비호지킨림프종 환자의 발생률은 70대가 21.8%로 가장 많고 50대가 21.6%, 60대가 20.7% 등으로 고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전체 환자수는 2016년 기준 약 5000여명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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