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에겐 기념비적인 첫번째 글로벌 인수합병(M&A)이 다케다에겐 현재 진행 중인 매각 프로그램의 일환일 뿐이었다.
11일 오후 업계에 주목할 만한 M&A 소식이 들려왔다. 셀트리온이 다케다제약의 18개 전문·일반의약품의 특허 및 상표, 허가, 판매권 등을 아시아태평양 9개국을 대상으로 확보했다는 소식이었다.두 회사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매각 소식을 알렸는데 확연한 온도 차이를 보였다.
셀트리온은 인수합병을 통해 글로벌제약기업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강조하며 희망에 찬 뉴스를 알린 반면, 다케다제약은 비핵심 사업부분을 매각하려던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일뿐이라는 다소 담담한 입장을 보였다.먼저 셀트리온은 "글로벌 케미컬의약품 사업부문의 R&D 역량 강화를 위해 다케다제약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라이머리 케어(PC) 사업을 인수했다"면서 "이는 셀트리온의 첫번째 대형 인수합병 건이며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9개국 시장, 18개 전문·일반의약품의 특허 및 상표, 허가, 판매권 등을 확보하는 한편, 기존 수입에 의존했던 당뇨 및 고혈압 등 만성질환 치료제의 국산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고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셀트리온은 다케다의 전문의약품 브랜드 인지도를 기반으로 해당 제품군을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에 조기 안착시킬 예정"이라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 셀트리온이 그동안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해온 바이오의약품 제품군에 강력한 케미컬의약품 제품군을 보강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셀트리온이 인수하는 제품군에는 네시나, 액토스(당뇨병 치료제), 이달비(고혈압 치료제)를 포함한 전문약과 화이투벤(감기약), 알보칠(구내염 치료제) 등 일반약이 포함돼 있다.
셀트리온은 "이 중 네시나와 이달비는 각각 2026년, 2027년경까지 물질 특허로 보호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해당 제품군은 한국, 태국, 대만, 홍콩, 마카오,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호주 등 9개 시장에서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약 1,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고 추후 한국과 동남아, 호주 시장에서 각기 판매망을 보유하고 있는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판매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셀트리온은 다케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제품군 인수 의미에 대해 "외국계 제약사에 의존하던 당뇨·고혈압 필수 치료제를 국산화해 초고령 사회에서의 국민보건및 건보재정 건전성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셀트리온이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 올라서는 성장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해당 사업부문을 3,324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다케다, 핵심치료분야 '혁신 의약품'에 집중
다케다제약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인수합병의 의의를 밝혔다.다케다제약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일부 비핵심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을 셀트리온에 총 2억 7천8백만 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이번 매각에 포함된 제품은 대상 국가 내 환자의 미충족 수요를 만족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해오고 있지만, 다케다제약의 글로벌 장기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핵심치료분야인 위장관질환, 희귀질환, 혈장유래치료, 항암 및 신경계질환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그동안 다케다제약은 현재 진행중인 매각 프로그램에서 큰 진전을 이룬 바 있다"면서 올해까지 이어진 매각 진행 사항을 소개했다.2020년 3월 러시아-CIS 지역 내 비핵심 자산을 스타다(STADA)에 6억 6천만 달러에 매각, 근동·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내 비핵심 자산을 아시노(Acino)에 2억 달러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자이드라를 노바티스에 약 53억 달러에, 라틴아메리카 지역 내 비핵심 자산을 하이페라 파마(Hypera Pharma)에 8억2천5백만 달러에 매각했다. 유럽에서는 덴마크와 폴란드에 위치한 두 생산기지를 포함해 오리팜 그룹(Orifarm Group)에 약 6억 7천만 달러에 매각했다.
규모로 볼 때 이번 동남아시아 9개국을 포함한 비핵심자산 판매는 적은 편에 속한다.다케다는 "이번 포트폴리오를 셀트리온에 총 2억 7천8백만 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통상적 법률 및 규정에 따른 마무리 절차가 남아 있다"고 전제하면서 "두 회사의 생산 및 공급 협약에 따라 계속해서 다케다제약이 매각 대상 자산 생산을 담당하며, 이를 셀트리온에 공급하게 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