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술이전 총 33건, 약 13조 4천억원 규모…7건 비상장 바이오텍
기술수출 이전 'TTP 분석·데이터 확보·바이오마커 기반 약물' 등 검토 필요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분야의 기술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비상장 바이오텍의 기술이전이 지금보다 더욱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기술이전 이전에 목표제품 특성(Target Product Profile, TPP) 분석, 충분한 데이터 확보 등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제시됐다.

지난 8일 한국바이오협회가 공개한 '국내 바이오벤처 기업들의 기술이전 및 상용화 전략'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바이오산업의 기술이전 실적은 총 33건으로, 계약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4건을 제외한 총 계약규모는 13조 3799억원에 달한다(마일스톤 포함 총 계약규모).

전체 33건 중 7건은 2021년 말 기준 비상장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성과였다.

이는 기술특례상장을 시도하는 비상장 바이오텍의 경우 기술이전을 통한 상업성 입증이 상장심사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세영 이에스인베스터 상무는 "이 같은 기술이전 성과는 오랜 기간 기술기반 확충을 위한 정부의 지원, 기술특례상장을 염두에 둔 모험자본의 적극적인 투자,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가며 계약을 이끌어 낸 산업계, COVID-19 기간 높아진 K-바이오의 위상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비상장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성과는 지금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바이오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코스피 또는 코스닥에 상장된 의약 및 의료기기 업체는 총 157곳이다. 2015~2019년 기간 평균 연간 369개의 바이오기업이 설립됐으며, 농업 및 식품 분야를 제외한 의약 및 의료기기 분야 업체는 연평균 약 100여 곳이 설립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누적된 기업 수를 감안한다면 상장사의 기술이전 소식 못지않게 비상장 바이오텍의 기술이전 소식들이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기술이전에 임하기 전 검토해 볼 것으로 ▲목표제품 특성(Target Product Profile, TPP) 분석 ▲충분한 데이터 확보 ▲바이오마커 기반 약물개발 ▲기술이전 파트너 대상 확대 등을 꼽았다.

우선 성공적인 기술이전을 위해서는 수요가 있는 곳을 파고 들어야 하고, 현재 우리 회사에서 개발 중인 목표 적응증에 1~3차 치료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미충족 의료 수요가 있다면 어떤 환자군 내지는 어떤 유형의 약물인지 등을 살펴 약물의 가치와개발 가능성을 가늠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문 상무는 " 신규 약물에 대한 수요는 임상 현장, 제약산업의 동태에 따라 유동적인 요인이기 때문에 가급적 긴 호흡 동안 유효한 수요가 유지되는 분야일수록 좋다"면서 "기술이전 후에도 시장의 관심이 살아 있어야 개발이 지속된다. TPP 분석은 FDA의 가이던스나 공개된 양식 등을 참고해서 직접 분석할 수 있지만 전문 CRO에 의뢰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협상 테이블에 앉기 전에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돼는지 체크해야 한다. 물질의 효능과 개념검증(proof of concept, PoC) 데이터가 중요하지만 독성(안전성) 데이터의 중요성 역시 그에 못지않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다양한 관점에서 물질의 안전성을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를 집요하게 요구하기 때문에 초기 발견 및 비임상 단계에서 가능하면 다양한 독성에 대한 사전 실험적 검증을 수행하고 데이터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경향은 항암제 개발에 있어 특정 암종에서 환자의 하위그룹을 선별하고 해당 그룹에서 우수한 효능을 보이는 물질이 임상시험 디자인 및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 측면에서 유리한 만큼, 바이오마커가 확실하면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바이오마커 기반의 약물 개발은 그간 항암제 분야에서 다양하게 발전해왔으나 암 외의 질병에서 유전체, 대사체, 단일세포 분석 등 생물학적 분석이 축적됨에 따라 이 같은 바이오마커의 발굴과 활용은 다수 질병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글로벌 제약사가 첫 번째 기술이전 대상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글로벌 제약사의 경우 개발 및 상업화 역량이 출중한 파트너이지만 임상단계 개발에 특화된 역량을 가진 파트너도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대상이라는 것이다.

박기수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상무는 "국내 제약사들 역시 상당기간 오픈이노베이션을 수행하며 기술도입 및 공동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며 "유한양행이 2015년 오스코텍으로부터 도입한 레이저티닙의 경우 2018년 얀센에 기술이전하며 공동개발을 수행해 국내 식약처 허가를 획득하고 미국 FDA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다년간 글로벌 파트너들과 기술이전, 공동개발을 수행하며 노하우를 축적한 국내 제약사들과 혁신적인 바이오텍 간의 1차적인 협력은 초기 바이오텍의 임상개발 역량을 제고시키고 우리나라 바이오산업 전반의 역량과 생태계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는 2017년 제3차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확정하고, 2026년까지 1조원 규모의 신약 메가 펀드를 조성하고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을 창출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박 상무는 "기술이전은 글로벌 신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거쳐 가는 단계이기 때문에 글로벌 수준에서 대규모 후기 임상시험을 직접 수행할 만큼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자본의 뒷받침이 있기까지 적절한 기술이전을 통해 경험과 매출을 달성하며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면서 "올해도 상장기업과 더불어 비상장기업의 더 많은 기술이전 소식들이 전해지며 이를 통해 K-bio의 신약개발 역량에 대한 대내외 신임도 제고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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