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에 결혼, 40대 중반 임신과 출산,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험난한 육아전쟁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직장맘이자 고령엄마의 눈물겨운 분투기. 매주 금요일 문윤희 기자의 생생한 체험담으로 찾아옵니다. <편집자 주>

나는 임신 7개월에 접어들 무렵 주변 지인으로부터 산후조리원을 알아봐야 할 것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때 마침 집 주변(광교산 인근)에 위치한 조리원이 있었는데 외곽으로 빠지는 도로 옆에 있어 조용하고 아늑해 보였다. 외관도 깔끔하게 지어져 마음에 쏙 들었다. "아기를 낳으면 저기서 조리를 해야지" 했는데 가격 문의를 하기 위해 전화를 했더니 2주 기본 사용료가 500만원이라고 했다.

500만원. 나는 이 돈을 온전히 조리원에 사용하는데 쓰기 아까웠다. 나는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시어머니는 멀리 계셔서 아기를 키우는데 필요한 '어머니의 도움'이 부재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외부의 도움을 좀 더 길게 받고 싶었다.

조리원 3주, 육아도우미 3주. 총 6주 정도 외부의 도움을 받으면 조리도 어느 정도 되고 육아에 필요한 도움과 직간접 체험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산후조리와 육아도우미 이용에 드는 예산을 600~700만원으로 잡았다. 그런데 2주에 500만원이라니. 나는 깔끔하게 그 조리원을 포기하고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 연계 조리원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맙소사. 이 곳도 예약이 다 찼다고 했다. 3월에 태어나는 아기들이 많아 예약조차 받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마음이 급해져 집과 남편 직장 사이에 있는 동선에서 산후조리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남편과 주말에 날을 잡아 조리원 3곳을 탐방하기로 했는데 두 번째 간 곳이 시설도 적당하고 가격도 적정해서 이용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소아과 원장이 운영하고 있어 매일 오전 아기들 상태를 봐준다고 해서 맘에 들었다. 3주 동안의 비용도 예산 안에서 가능한 금액이었다.

귀동냥으로 조리원 상담을 할 때 할인을 요청하면 추가로 조금은 금액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들어서 나는 부끄러운 마음을 무릅쓰고 상담해주는 실장님이라는 분께 내 사정 이야기를 했다. 그녀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직원 가족 할인'이라는 서비스를 덧붙였다. 조리원 비용은 300만원 규모에서 책정됐다.

애매한 나이와 수입이 만드는 불공평함

엄마의 부재로 인해 조리원과 육아도우미를 각각 3주 정도 쓸 생각이었기 때문에 예산은 빠듯했다. 할인된 금액으로 산후조리원을 계약하고 그 이후에 올 육아도우미 지원을 알아보고 있는데 또 난관이 닥쳤다.

내가 사는 수원시는 맞벌이 부부에 대해서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 더 정확히 말해 우리 부부의 애매한 수입이 육아도우미 지원 조건에 맞지 않았다. 한숨이 나왔다. 적게도 그렇다고 많게도 벌지 못하는 그야말로 애매한 중간 소득인 우리 부부는 신혼주택 입주 조건에도, 육아도우미 신청 자격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난 더 이상 가난해서는 안 되는 나이였고, 신혼부부였으며 곧 아기가 태어날 상황이었다. 그런데 국가가 지원한다는 그 어떤 대상에도 우리부부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이야기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더 길게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다시 돌아와서, 육아도우미는 포기하고 임산부 철분제를 보건소에서 준다고 해서 영통구 보건소를 찾았다. 철분제만 받고 돌아가려 했는데 보건소에서는 출산과 육아 관련 다양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관련한 정보지를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보건소 직원이 나에게 산전후우울증 검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재미삼아 해볼까 했던 우울증 검사는 간단한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놀랍게도 나의 검사 결과는 우울증 전조 증상이 의심되는 단계였다. 직원은 검사 결과를 보고는 출산 후 보건소에서 연락이 가면 상담을 받으라고 했다. 나는 별 의미를 두지 않았기에 알았다고 답하고 철분제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시간은 흘러 금세 겨울이 찾아왔다. 육아도우미를 채용해야 했기에 사설기관을 알아보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수원시에서 육아도우미 지원 사업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문의했더니 내년에 특별(맞벌이부부)지원 대상이 확대될 예정라고 했다. 출산 예정일이 2019년이면 달라지는 내용을 살펴보고 지원하면 된다는 직원의 설명이 있었다.

아기를 낳을 즈음인 2월에 수원시는 특별지원 대상을 확대했다. 맞벌이 부부라도 수입에 관계없이 육아도우미 비용의 50%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나는 그렇게 예산 안에서 산후조리원과 육아도우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기 태명이 '몬주'인 이유는...

남편은 나를 '못난이'라고 부르는데, 우리 아빠 역시 나를 줄곧 '못난이'라고 불러왔기에 나는 2세대에 걸쳐 '못난이'라 칭해지는 불운을 겪고 있다. 아기 태명을 지을 때도 남편은 '우주', '하늘', '콩콩이' 등 이쁘다는 이름들을 다 제쳐두고 뱃속의 유진이를 '몬주'라고 불렀다.

몬주는 황달과 특이한 태명으로 조리원에서의 3주를 아주 길게 만들어 주었다.
몬주는 황달과 특이한 태명으로 조리원에서의 3주를 아주 길게 만들어 주었다.

몬주는 엄마인 내가 '못난이'였기에 붙여진 이름인데 '못난이+주니어' 즉 못난이인 나의 아기였기에 연음 처리를 해서 '몬주'라 칭해지게 된 것이다.

산후조리원에서 아기 이름을 표기하는 자리에 '몬주'라는 이름이 적혀지자 사람들은 나를 보면 "몬주 뜻이 뭐예요?"라고 물었다. 나는 몬주의 뜻을 내 입으로 설명하는 것이 참으로 난처했다. 맘에 들지 않는 이 숙명 같은 별명을 내 입으로 말해야 하는 것도 곤란한데 내 아이까지 세트로 묶여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까지 해야 한다니.

남편은 내가 "사람들이 자꾸 아기 태명 뜻을 물어봐"라고 속상해 하면 더 즐거워했다. "못난이 주니어라고 그냥 말해"라며 나를 놀려댔다. 한번은 아기를 돌보시는 이모님이 유독 몬주를 예뻐하셨는데 아기 태명이 정말 궁금하셨던지 물을 마시러 나온 나를 붙잡더니 진지한 얼굴로 "몬주 뜻이 뭐예요?"라고 물으셨다.

나는 더 이상 얼버무리는 듯한 미소로 대답을 회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그녀 못지않게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남편이 저를 못난이라고 불러요. 그런 못난이가 아기를 낳았잖아요. 2세가 영어로 주니어니까 못난이의 못에 주니어의 주, 앞자만 따서 몬주가 된 거예요."

한 3초 정도였나. 멍했던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활짝 핀 꽃처럼 밝아지며 온몸을 흔들어댔다. 너무 웃겨 박수까지 쳤다. "아이고, 애 아빠도 짓궂다. 그래도 몬주 너무 예쁜데요. 이름도 아기도." 이모님은 뒤돌아서면서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음을 이어갔다. "몬주래 ㅎㅎㅎ".

조리원에서 3주는 참으로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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