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제약 주권 확보 위한 API 국산화 목소리 높아
정윤택 원장 "세계 무역규범 변화…세제 지원 등 국가적 지원책 필요"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약품 수급 문제가 국가안보와 직결됨에 따라 제약 주권 확보를 위한 원료의약품(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의 국산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 원료의약품은 글로벌 공급망(GVC)을 바탕으로 국가 간 협업과 분업화체계로 수요와 공급이 조절됐으나 팬데믹 상황과 자국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세계 무역규범이 변화하면서, 우리나라도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장기적인 의약품 안보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14일 제약바이오산업의 국내외 주요 동향을 파악하고 대응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산업 보고서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를 발간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연세대 약학대학 제약산업학 겸임교수)은 '의약품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한 해외 동향과 정책제언' 이슈 리포트를 통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각국의 이동제한과 자국 우선주의로 인한 의약품 수출 제한 조치로 GVC가 약화됐다"며 "일부 국가에서 생산하는 원료의약품의 비중이 커져 해당 원료의약품을 수입하고자 하는 국가의 협상력이 저하됐다"고 밝혔다.

그 동안 의약품 글로벌 공급망은 중국, 인도 등 값싼 API의 공급원과 연구개발, 완제의약품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국, 유럽 등의 국가간 역할이 나누어져 있었다.

2020년 3월 인도가 26개 API의 수출을 중단했을 때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수출 금지만으로도 미국에서 긴장감이 고조됐고,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의 혼란을 야기했다.

이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은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확보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원료의약품 해외의존도 상승

팬데믹 기간 복잡한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의 취약성은 중국, 인도 등에 대한 의존도를 드러냈고, 의약품 공급망 전반에 걸쳐 투입물의 소싱을 다양화하고 우리나라의 역량을 높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나, 원료의약품의 해외 의존도는 상승하고 있어 국내 원료의약품 국산화를 통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원료의약품 자급화의 비율을 높이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과 연계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지원책과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미래 활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는 국산 원료를 사용한 의약품의 경우 약가를 가산해주고 수급이 불안한 의약품에 대한 원가보전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 원장은 "발표한 정책의 조속한 이행이 필요하다"면서 "또한 친환경 공장 설비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세제와 투·융자의 지원책 및 고부가가치 의약품 원료 개발 또는 바이오벤처가 신약 후보물질의 상용화를 위한 제조기술개발 등 국가 연구개발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산 원료의약품이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원료의약품 GMP의 국가 간 상호인정과 같은 국가 간 협력 체계를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판단했다.

이와 함께 원료의약품 관련 범부처 컨트롤타워 수립을 통해 지원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규제·관리 일원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련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업안전보건과 공정안전보고서(PSM, Process Safety Management) 및 위험물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 대기 환경과 화학물질관리법,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 등 유독물 관련해서는 환경부 등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에 관한 규제기관이 다양하다.

정 원장은 "원료의약품의 인허가와 관련해 각 규제기관에 따른 개별 자료를 요청하고 있어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업체 입장에서 많은 시간과 인력이 소요된다"며 "원료의약품 관련 범부처 컨트롤타워 수립을 통해 지원사업의 중복을 줄이고 규제·관리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윤택 원장은 "우리나라가 팬데믹 또는 보건안보 상황에서 위협받을 수 있는 중요한 의약품을 선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초원료, 중간체, 완제품까지 포괄적인 관리와 준비를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고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국가 R&D 투자의 확대를 통한 글로벌 공급망의 역할과 리더십을 확보하고, 원료의약품의 대체 가능한 공급원을 다양화하여 중국, 인도 등으로부터 수입 의존을 줄이고 장기적인 의약품 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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