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알레르기학회 "지난해 경증질환으로 분류…질병코드 신설해야"
중증환자 56% 항히스타민제 지속 치료…"치료 접근성 개선 시급"

중증 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이 건선이나 아토피피부염 환자만큼이나 낮은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증질환으로 분류되면서 잘못된 분류체계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항히스타민제로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 이상 환자의 절반 이상이 접근성이 제한된 치료옵션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세계 두드러기의 날(World Urticaria Day)'을 맞아 5일 롯데호텔에서 국내 만성두드러기 현황과 임상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짚어보고, 치료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

예영민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가려움을 동반한 팽진과 혈관부종이 특징인 만성두드러기는 두드러기가 6주 이상 거의 매일, 평균 3~5년간 지속되는 질환"이라며 "국내에서는 약 150만명의 환자가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만성두드러기는 난치성인 경우가 많고, 평균적으로 3~5년간 약물치료를 받지만 심할수록 치료기간이 오래간다. 절반 정도의 환자가 4.3년 걸리는데 아주 심한 환자는 9.4년으로 중증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큰 문제는 중증도가 높은 만성두드러기 환자의 삶의 질이 건선이나 아토피피부염 환자만큼 낮다는 것이다. 완벽한 건강상태를 1.0으로 표현하면, 중증두드러기 환자는 0.75로 중증 아토피(0.75), 중증 천식(0.7)과 유사했다.

예 교수는 "만성두드러기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질환, 불안, 우울 등 정신질환을 동반할 수 있고, 악화와 호전을 오랫동안 반복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개인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며 "혈액투석 중인 만성콩팥병 환자, 인슐린 투여가 필요한 당뇨환자만큼 신체적인 고통, 수면장애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겪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데 만성두드러기는 심지어 작년에 경증질환으로 분류됐다"면서 "중증 아토피피부염, 건선, 혈액투석, 류마티스관절염 이런 환자들은 중증 산정질환 코드를 부여받아서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 두드러기 환자들도 중증 난치성으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윤석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
장윤석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

장윤석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총무이사(분당서울대병원 알르레기내과)는 "만성두드러기는 중증도에 따른 치료제 투여가 필수적"이라며 "고용량 항히스타민제로도 충분한 임상적 효과를 보지 못해 사이클로스포린 등 면역억제제 사용이 필요한 환자에게 생물학적제제를 효과적인 치료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중증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022년 발표된 국내 리얼 월드(real-world) 연구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항히스타민제 치료로 조절이 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두드러기 환자 중 55.8%가 항히스타민 치료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장 총무이사는 "경제적인 부담 등을 이유로 효과가 떨어지는 치료제를 계속 사용해야 하는 국내 치료 환경은 항히스타민제로 치료되지 않는 만성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생물학적제제 급여가 적용되고 있는 영국, 호주, 중국 등 다른 나라와 대조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만성두드러기의 경우 중증도를 가리지 않고 모두 하나의 질병코드로 분류되고 있지만, 중증 건선이나 중증 아토피 피부염처럼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인 질환인 만큼 별도의 질병코드를 신설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중증 질환으로 분류되어 환자의 경제적인 부담을 경감해주는 제도를 통해 적절한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정희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도 의견을 같이했다.

그는 "두드러기는 진단명이 경증으로 되어 있기도 하고, 약 자체도 허가 용량은 4배쯤 쓸 수 있지만 아직까지도 한 알만 급여가 되기 때문에 증량해 처방하기가 어렵다"며 "좋은 약이 나왔음에도 여러 제약때문에 환자한테 혜택을 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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