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교수 "초기 적극적 병용요법, 전 세계적 추세" 강조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가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질환으로,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기 적극적인 병용요법이 강조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 등과 비교해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률이 낮은 주요 요인은 초기 병용요법이 아닌 순차적 병용요법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최근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5월 5일 세계 폐고혈압의 날을 맞아 국내 폐동맥고혈압의 진단과 치료에 대한 최신 지견에 대해 소개했다.

김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우측 심장에 압력이 높아지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심장이 무리해서 피를 짜내게 되고, 이 때문에 기능도 떨어진다"며 " 또 특정 증상보다는 막연한 피로감, 무기력함, 숨가쁨, 기침 등 애매한 여러가지 증상을 동반하기 때문에 증상만으로 폐동맥고혈압을 확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폐동맥고혈압의 가장 좋은 스크리닝 방법은 심장초음파 검사다. 심장초음파에서 폐동맥 혈압을 추정할 수 있으며, 심도자 검사(관을 삽입해 폐동맥 압력을 측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폐동맥고혈압은 전체 폐고혈압 환자의 약 2% 정도이다.

폐동맥고혈압 치료에는 크게 3가지 기전의 약제가 사용된다.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ndothelin receptor antagonists: 이하 ERAs)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계통의 포스포디에스테라제-5 억제제(Phosphodiesterase-5 inhibitor, 이하 PDE-5i) ▲프로스타사이클린 유도체(Prostacyclin analogue) 혹은 프로스타사이클린 수용체 작용제(Prostacyclin receptor agonists)가 있다.

하나의 약제로 시작하거나 적절하게 조합해서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고 생존율을 향상시키는 게 치료의 목표다.

일본과 3년 생존률 격차 커…초기 병용요법 사용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폐동맥고혈압 생존률을 비교해보면 1년 생존률은 별 차이가 나지 않지만, 3년 생존률은 차이가 많이 난다. 3년 생존률의 경우 우리나라는 54.3%, 미국은 68%, 일본은 95%이다.

김 교수는 "일본 환자들의 3년 생존률이 가장 높은 이유는 초기부터 2가지 혹은 3가지 약제의 병용요법을 강력하게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는 병용요법을 2016년 18%, 2018년 30% 정도 시행했다. 미국은 50-60%, 일본은 90% 정도가 초기 병용요법을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률은 초기부터 얼마나 강력한 병용요법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면서 "국내에서 초기부터 병용요법을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보험 인정 기준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중증의 환자가 아니면 초기에는 1가지 약제만으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3개월 단위로 여러 가지 지표를 바탕으로 환자의 상태를 점검해 증상 악화가 판단이 될 때만 다른 약제를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는 초기 병용 요법이 아닌 순차적 병용 요법"이라며 "이러한 부분이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생존율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가이드라인, 저위험 환자 적극 치료 권고

국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저위험 상태 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하고 있다.

보통 환자의 위험도는 1년 생존률을 기준으로 계산한다. 보통 5% 미만을 저위험(Low-risk) 환자군, 5~10% 사이를 중등도(Intermediate-risk) 환자군, 10% 이상을 고위험(High-risk) 환자군으로 정의를 한다. 

김 교수는 "아주 저위험 환자군이 아닐 경우, 초기부터 2가지 약제의 병용 요법을 권고하는 것이 전 세계적인 추세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제 조합은 ERAs와 PDE-5i다. 최근에는 프로타사이클린 수용체 작용제에서 셀렉시팍 같은 약제를 ERA 혹은 PDE5i에 병용하거나 혹은 둘을 병용한 환자에서 3제로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보험 상 초기 병용요법이 굉장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지난해 폐동맥고혈압에 대한 한국형 진료지침을 마련했다.

우리나라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율이 다른 나라보다 떨어지는 이유를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국제적으로 인정된 치료방법을 국내 보험체계에 반영해 낮은 치료성적을 끌어올리자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숨겨진 환자 발견에 도움이 될 거라 예상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가이드라인 자체를 알리는 일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면서 "작년부터 아주 예후가 나쁜 환자를 대상으로 주사제와 경구용 약제를 통한 초기 병용요법이 승인돼, 적극적인 병용요법을 시행하면 3~6개월만 지나도 굉장히 개선된 치료결과를 볼 수 있었는데 보람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환자 중에서는 폐동맥고혈압이 치료가 잘 되고 있음에도 갑자기 치료를 끊고 병원을 오지 않는 환자들이 있다"면서 "우리가 쓰는 치료제는 내리막길의 경사도를 조금 더 완만하게 해주는 방법이지, 내리막길로 내려가는 일 자체를 막을 순 없다. 폐동맥고혈압 치료는 잠시 중단하고 치료를 재개하면 그동안 나빠진 상태를 돌이킬 수 없다"며 꾸준한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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