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도 안되는 치료성적 부끄러운 일…초기치료부터 병용요법 고려해야"
한국형 진료지침 제정…장혁재 교수 "의료계 차상위계층, 전문센터 필요"

폐동맥 고혈압 국내 환자의 3년 생존률이 54.3%에 불과해 치료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병용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 보험기준이 까다로워 실제 의료현장에서 보수적으로 약제 사용이 이루어지는 현 상황에서 전문학회가 폐동맥 고혈압에 대한 한국형 진료지침을 마련했다.

폐고혈압 진료지침 제정 특별위원회는 지난 28일 오후 서울스퀘어에서 희귀난치성 질환 '폐동맥 고혈압'의 국내 치료 가이드라인 제정을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왼쪽)와 장혁재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왼쪽)와 장혁재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

이날 박재형 충남대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폐동맥 고혈압은 진단을 빨리하면 10년 이상 생존할 수 있지만 진단이 쉽지 않다"며 "빈혈, 심장질환, 폐질환 등에서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으면 놓치기 쉽고 진단하기까지 2.5년이 걸린다"고 밝혔다.

일본의 폐동맥 고혈압 환자의 3년 생존률이 95%인 반면, 우리나라는 54.3%에 불과했으며, 2012~2016년 일본의 5년 생존률이 74%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6%에 불과했다.

박 교수는 "이는 병용치료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2016년 우리나라의 병용치료율은 7%에 불과했다"며 "최근에는 다양한 약제 개발로 평균 생존률이 3배 이상 증가했고, 병용요법으로 기대 생존률이 7.6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의 폐동맥 고혈압 치료율이 다른 나라보다 떨어지는 이유를 어느 한 가지로 규정할 수는 없지만, 명확한 것은 국제적으로 인정된 치료방법이 국내 보험체계에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장혁재 신촌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일본의 치료성적이 90%가 넘는데 의료선진국인 우리나라가 60%도 안된다는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가장 큰 이유는 삭감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고혈압을 예로 들었다.

고혈압의 경우 정상 혈압수치에 도달할 때까지 2종, 3종 약제를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치료인데 반해, 폐동맥 고혈압의 경우 추가약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급여기준이 까다롭고, 과학적 근거가 모호하거나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않으면 명확하지 않은 기준에 의해 삭감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약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현실이 참담한 성적 차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영국의 경우 지정된 전문센터에서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약제에 대해 보험재정을 지원해준다"며 "물론 보험재정 낭비나 불필요한 약제사용 등 한계점도 존재하기 때문에 제한을 풀어주는 대신 센터 이외의 처방은 인정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일반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우리나라도 2016년 희귀질환관리법이 통과돼 현재 11개의 '희귀질환 거점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이들 거점센터는 200명 미만의 극희귀질환 위주의 화자를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폐동맥 고혈압 환자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장 교수는 "사회복지제도가 잘 이루어져도 최하위계층이 아니라 차상위계층이 오히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처럼 희귀질환이나 극희귀질환이 아닌 폐동맥 고혈압이 그렇다"며 "일반 의료기관에서는 삭감이나 약물남용의 위험성으로 쪼임을 당하면서 환자 치료성적은 일본에 비해 과락의 성적을 보이고 있고, 거점센터에서는 치료받을 수 있는 자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나라 폐동맥 고혈압 환자는 약 5000명 정도인데 현재 치료받는 환자는 1500명에 불과하다"며 "이번 진료지침 제정을 통해 여러가지 합리적이지 않은 기준에 의해 치료성적이 민망할 정도로 나쁜 우리나라 현실을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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