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소송인단과 23일 전격 회동…"환자 입장 이해"

혈우병 치료제 훽나인 사용 중 에이즈에 감염된 환자들과 10년간 장기 소송을 벌이고 있는 녹십자가 23일 이례적 회동을 통해 서로간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를 가졌다.

양측은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의견을 피력했으나 회사측이 고법 판결을 받은 후 손해배상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혀 환자와 회사간 법정 공방은 사실상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녹십자 본사 회의실에서 열린 면담에는 HIV소송인단(에이즈 감염 환자 7가구, 코헴회 회장, 코헴사무국 관계자)과 녹십자 대표자(박복수 PD본부 본부장, 정연재 이사, 녹십자 법무팀)가 참여해 한 시간 가량 서로의 의견을 공유했다.

이날 소송인단은 "10년의 소송보다 이제가 진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조정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녹십자가 대법원 판결 뒤집기를 시도하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고 회사측을 비난했다.

이어 "(손해배상에 대해)녹십자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때에는 대중시위, 언론 활동 등 투쟁의 강도를 높여 전면에 나서겠다"면서 녹십자를 압박했다.

소송인단은 "이런 사안은 모든 혈우회환우들이 공감하며 행동할 수 있는 문제"라면서 "환우의 인권을 존중하는 원칙을 가지고 반드시 해결되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전했다.

이에대해 녹십자는 고법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십자 대표단은 "현재 재판 중인 사안이라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 밖에 없다"면서 "회사측은 지난 대법원 판결이 시효라든가 여러가지 면에서 법리적 공방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측은 고등법원 판결까지 지켜보고 판단하자는 입장"이라며 "환자들의 입장과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 변호사를 통해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대화의 자리가 회사 임원진의 방향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성과적이라고 본다"며 면담 자체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면담이 환우측과 회사간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정리됨에 따라 고법 소송도 장기화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재판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합리적인 조정액이 구체화 되면 화해를 권고하겠다'고 밝혔으나 회사측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10년에 걸친 환우회와 녹십자와의 법적 갈등은 또다시 긴 걸음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HIV 소송인단 모임과 녹십자 대표단 면담에 허일섭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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