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총선을 앞둔 정치판이 상식을 뒤엎는 꼼수와 탐욕으로 뒤죽박죽 난장판이 되면서 국민들의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모자라 의료계까지 국민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있다. “아, 테스형(兄). 소크라스테스형. 세상이 왜 이리 된 거지. 왜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 거야. 왜, 왜”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일주일째 접어들면서 응급환자들이 진료 가능한 응급병원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결국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얼마 전 필자가 알고 있는 지우의 부인(60대 중반)이 저녁 식사 후 커피를 타다 뒤로 넘어져 머리를 다쳤는데, 진료 가능한 전공의가 없어 응급실에서 몇 시간 방치되었다가 끝내 사망했다. 또 한 분은 응급상황에서 출동한 구급차가 몇 개 병원에 연락을 취했으나 전문의가 없어 30분을 헤매다 어렵사리 진료 가능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되었지만, 이 병원 역시 전공의가 없어 결국 심정지로 사망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환자(63세)는 이번에 늦은 나이로 대학에 합격, 3월 입학을 앞두고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 다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인데, 의료 현장에 전공의 부재로 아까운 생명을 잃고 가족들에게 큰 아픔을 안겨주었다.

그럼에도 불구, 의사 단체는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정부는 검경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사법처리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의대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와중에 한 의사가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의사가 많아지면 고통스런 삶이 연장된다”고 했다. 이어 “특히 노년에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건 의사를 늘리는 게 아니라 간병인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를 늘리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이런 발언들은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 정도가 아니라 폭언 중의 폭언이다. 의사의 본분이 뭔가? 누가 되었던 치료하고 목숨을 살리는 게 아닌가. 환자가 치료를 받고 생명을 연장하는 것을 고통이라고 한다면 과연 동의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참으로 황당무계할 따름이며 국민적 공분을 부를 궤변이다.

이런 막말을 하는 걸 보면 의사들이 왜 집단행동을 하는 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사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단순한 이유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의사들은 부정하지만, 밥그릇 투쟁에 빠져 생명, 나아가 인간의 존엄성마저 무시하는 그들의 본색을 드러내고 만 것이다. 어떠한 해명도 이젠 구차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결국 돈 앞에서 사람의 목숨까지도 저버리고 있는 의사들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는 병원 안에서 신음하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환자를 방치하며 병원을 박차고 나갈 수는 없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의사들은 환자의 생명을 불모로 잡는 집단행동은 있을 수 없다. 의사의 본업은 목숨을 구하는 일을 하는 의료인들이기 때문이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급박한 상황의 환자를 버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병원을 떠난 의사들,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며 협상을 요구하는 극악무도한 인질범과 다를 게 무엇인가. 정부가 회유와 강경. 압박, 즉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구사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 고통을 받는 국민이 많다보니 의사의 집단행동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의사 파업은 어느 집단과는 다르다. 의사를 대신할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의사는 국민 80~90 %가 의대 증원에 찬성해도 꿈쩍하지 않고 있다. 매번 그랬듯 것처럼 이번에도 환자를 담보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한다. 잎서 이들은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정부 정책에 항거하는 대장정의 시작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시선은 착잡하기만 하고 불안하다.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의사를 참으로 성스럽게 생각했고, 존중을 받아야 하는 분들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요 며칠간의 의료대란을 보면서 크게 실망하고, 분노마저 치밀어 오른다.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정부 방침인데, 이를 반발해 환자를 저버리는 것도 그렇고 이에 맞서 제대로 된 논리조차 없이 성스러운 직업윤리를 의심케 하는 막말까지 쏟아내고 있다.

의사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의사들이 일이 너무 많아 격무에 시달린다고 하면서도 왜 의대 증원을 그렇게 반대하는 건지? 수입이 줄게 되는 것 때문이 아닌가? 또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저 출산’ 국가라서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고 하는 데, 그럼 초고령 사회에 대한 대안은 마련되어 있는지? 노인 인구가 늘면 의료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게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또 학생 수를 늘리면 의료교육 질이 저하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의대 정원이 많았던 1980년대에 공부한 지금 의사들은 수준 이하의 교육을 받은 것인가. 의사수가 부족하지 않다면서 진료시간은 왜 이리도 짧은가. 우리나라 의사들의 환자 한 명당 평균 진료시간은 4.3분으로 짧다. 국민들은 집단행동에 나서는 의사들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이것 말고도 차고 넘친다. 위 질문에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궁색한 변명만 늘어놓으려면 의료현장으로 당장 돌아와야 한다.

이번 국민과 환자를 볼모로 하는 고의적인 전공의 집단행동은 직업윤리에도 안 맞는다. 의사윤리지침 1장 3조는 ‘의사는 고귀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전하고 증진하는 숭고한 사명의 수행을 삶의 본분으로 삼아 모든 의학 지식과 기술을 인류의 복리 증진을 위하여 사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보건복지부가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5230명을 제외한 808명에게 추가명령을 발령해 법과 규정에 의한 강력한 수습책을 마련했다. 이에 대해 전공의들도 양보 없는 강력 반발로 사태수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까움을 더 해주고 있다. ‘배 째라는 식’이다. 겁 없이 정상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을 나가는 행위가 근로기준법상으로도 불리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이는 단순한 사직으로 해석되기보다, 목적을 위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의료법상 행정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행정처분은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오는 것과 무관하게 적용될 것이다.

전공의의 근로조건에 대한 경우는 민법 660조 제2항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겠으나, 정상적인 사직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 제출 후 바로 병원에서 나갔다는 점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계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위헌소송을 내도 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달리 ‘헌법 제36조 제3항’에 국가의 보건 책무를 명시하고 있는 국가다. 명시적 조문이 없다면 ‘업무개시명령’이 국가가 의사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위헌소송에서 승소 가능성이 높겠지만, 이 조항 때문에 이길 확률은 낮아 보인다.

정부가 보건의료재난 경보단계를 위기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상향하면서 행정처분이 현실화할 수 있다. 위기단계 격상은 정부가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가 되므로 강력한 행정처분을 빠르게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행정처분은 기록에 남아 향후 의업(醫業)을 그만둘 때까지 따라다니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특히 우리나라 의사면허를 가지고 해외에 취업하고자 하는 의사들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이 될 수 있다. 외국에 취업을 하려할 경우 ‘Good Standing Letter’를 요구하는데, 그 서류에 의료법에 의한 행정처분이 모두 남게 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의료개혁은 협상과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 의료인이라면 병원으로 즉시 복귀하라. 국군, 경찰, 소방대원. 대우에 불만 품고 집단이탈하면 나라 꼴이 어찌되겠는가?

[호 심송,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특임교수, 미. Creative University 특임교수, 전, YTN – 저널 편집위원 & 의학전문대기자, 전, 수도방위사령부 장병고충처리 상담 관(군목), 현, 법무부 청소년선도위원회 상담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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