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 ‘생리통’에서 ‘비염·소화불량’까지 확대
복지부 “첩약의 안전성 강화”···의협, 갈등의 골 깊어져

지난 2020년 6월 28일 대한의사협회가 '첩약 급여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 당시 모습.
지난 2020년 6월 28일 대한의사협회가 '첩약 급여화 저지를 위한 결의대회' 당시 모습.

정부가 환자들의 첩약 접근성 향상을 목적으로 시범사업 연장뿐만 아니라 대상 질환을 확대키로 함에 따라 의료계가 들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계는 의대정원 증원을 막기에도 벅찬 상황에 첩약 급여 확대까지 더해져 정부와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지난 20일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2026년까지 연장하고, 대상 질환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는 "2020년 11월부터 시행 중인 해당 시범사업을 통해 첩약의 안전성이 강화되고, 첩약 비용을 경감시켜 환자들의 첩약 접근성이 향상됐음을 확인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복지부는 "한의약의 접근성을 강화하여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경감과 함께 국민들의 건강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는 2024년 4월부터 대상 질환과 참여기관 확대, 시범 수가 조정, 급여 기준 개선 및 법정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도록 시범사업을 개편하고 연장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대상 질환은 첩약 처방이 빈번하고 첩약의 치료 효과가 높은 3개 질환인 '요추추간판탈출증',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생리통과 안면신경마비(구안화사),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가지 질환에만 건강보험에 적용됐었다. 

대상 기관도 기존 한의원에서 한방병원과 한방 진료과목 운영 병원으로 확대되며, 심층변증방제 기술료를 인상하고 약제비는 현행화도 추진한다.

급여 기준은 환자 1인당 연간 2개 질환으로 질환별 첩약 10일분씩 2회 처방(질환별 연간 최대 20일)으로 확대하고, 법정 본인부담률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20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20일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확대 시도 중단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의협 "안전성 미확보" 강력 반대불구 역부족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첩약의 안전성 문제로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역시 의료계의 반대로 앞서 진행됐던 건정심에서 첩약 급여화 확대 안건을 보류한바 있다. 

하지만 이번 건정심에서는 복지부가 한의약의 접근성 강화 및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의사협회는 건정심이 열린 당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적 검증이 되지 않은 한의학에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강력히 비판한다"고 촉구했다.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한의학은 고서(古書)를 안전성의 근거로 삼아왔는데 이에 대해 엄격한 과학적 기준을 수립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첩약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1차 시범사업을 일방적으로 실시했고 2차까지 건정심 의결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첩약 급여화에 혈세를 낭비하기보다는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발전을 위해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며 "첩약 급여화 확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건정심 결과에 대해 환영을 뜻을 밝히는 동시에 "한약에 무지한 양의계는 입 다물로 본업에 충실하라"는 성명을 통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았다. 

또한 복지부가 지난달 공개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만족도 조사 결과 95.6%가 "만족했다"고 답했으며, 90% 이상이 "시범사업이 계속되는 경우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것이 시범사업 연장에 힘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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