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치료에 효과 좋은 약 우선 권고" 의견 다수…핫이슈 부각
한애리 교수 "2차 선택 약제 부족…진료권고안 반영 신중해야"

왼쪽부터 한애리 한국유방암학회 특별위원회 위원(연세의대 원주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와 박인혜 학술위원장(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교수).
왼쪽부터 한애리 한국유방암학회 특별위원회 위원(연세의대 원주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와 박인혜 학술위원장(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교수).

유방암 치료 약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마이너리티(minority, 소수자) 환자를 위한 학회의 움직임이 시작돼 주목된다.

특히 1차 치료 약제에서 효과가 좋은 약이 우선 권고돼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이면서 핫이슈로 떠올랐다.

한애리 연세의대 원주세브란스병원 외과 교수(한국유방암학회 특별위원회 진료권고안 위원)는 27일 세계유방암학술대회 2023(GBCC 2023) 및 한국유방암학회 학술대회에서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나 올해 개정된 '제10차 유방암 진료권고안'을 소개했다.

한 교수는 "이번 진료권고안의 가장 큰 특징은 치료방법을 도출해 내기 어려운, 예를 들어 남성 유방암 또는 유방암 환자에서 골다공증 치료, 가족성 유방암 등 소수 환자를 위한 권고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소수라고 하더라도 환자 개개인에게는 맞춤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처럼 소수 환자집단에 대한 치료에서는 에비던스(evidence, 증거)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권고에 어려움을 겪는다. 환자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규모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는 유전성 질환에 대해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연구가 어렵다. 미국이나 해외 선진국도 마찬가지"라며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소수 환자를 위한 특별판을 만들고 있고, 우리도 이번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해외의 경우 에비던스가 부족하면 대규모 환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의 데이터를 참고한다. 에비던스가 아예 없을 때는 컨센서스(consensus) 미팅을 통해 컨센서스를 만들고 논문을 발간해 진료지침의 근간을 만든다.

한 교수는 "진료권고안은 종양내과, 외과, 방사선 종양학과, 병리학과 등 8개 학과가 모여 2년에 한번씩 업데이트한다. 국내 학회 중 2년마다 개정안을 내놓는 곳은 우리 학회밖에 없다"며 "작년 10월부터 준비해 12월 1차 완료했고, 올해 2월 컨센서스 미팅을 했다. 이번 GBCC에 맞춰 10차 개정안을 발간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방암 치료 경향은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진료권고안에 새로운 약제의 반영 여부도 주시의 대상이다. 

지금까지는 항체를 이용한 표적치료제가 주료 사용돼왔지만, 최근에는 항체에 항암제를 결합시킨 약물(ADC, 항체 약물 접합체)의 치료효과가 입증되면서 진료권고안에 반영됐다.

한 교수는 "새로운 약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반영하는 건 아니다. 에비던스가 불충분하면 진료권고안에 반영하지 않는다. 다만 반영이 됐다 하더라도 심평원의 급여 기준이 되는 건 아니다"면서 "ADC 항암제(제품명 엔허투)는 에비던스가 나온 만큼 반영했다"고 말했다.

한애리 교수.
한애리 교수.

CDK4/6억제제 '키스칼리(성분명 리보시클립)'의 권고 상향 논의 과정에서 이견이 갈려 합의가 어려웠던 점도 전했다. 그는 "전문가들은 임상연구에서 우선시 해야 할 것이 OS(전체 생존기간)냐, PFS(무진행 생존기간)냐를 두고 이견이 갈렸다"며 ""NCCN 가이드라인에서는 리보시클립을 카테고리1로 권고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선택할 약제는 많지만, 후속으로 쓸 수 있는 약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진료권고안 반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약이 많다는 것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지, 처음에 선택을 하고 나면 그 다음에 쓸 수 있는 약은 사실 많지 않다"며 "결국 우리의 권고를 따르기 때문에 섣불리, 충분한 근거없이 진료권고안에 반영하는 것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GBCC 2023에서 이안 크롭(Ian Krop) 미국 예일대 교수는 2차 치료를 위해 효과가 좋은 약제를 나중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대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수는 "효과가 좋은 약을 세이브했을 때 첫 번째 약을 쓰다가 두 번째 약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환자가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한 것"이라며 "대부분 전문가들은 일단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효과가 좋은 약으로 치료를 잘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수 환자를 위한 정부 시책에 대해 언급했다. 재정절감을 위한 정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비의학적이거나 정치적 논리는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다수 환자를 위한 것도 중요하지만 개개인 환자의 행복추구권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가 있다면 권고하는 게 우리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비전문가들로 인해 꼭 의학적 의견만 반영되는 건 아닌 같아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한테 간다고 생각하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박인혜 고려대 구로병원 내과 교수(학술위원장)는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는 보험 심사가 이미 완료됐고, 약가조정 문제가 남아 있어 5월 중 다시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영국 등 이미 해외에서 보험을 인정받고 있어 우리나라도 5월 심사 이후 환자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내 전이성 유방암 환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보험급여가 되면 대부분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는 적용대상이 될 것"이라며 "엔허투는 적응증이 확대되는 상황이라 적용대상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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