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그루 교수 "편의성 높으면서 치료 결과는 ERT와 비슷하거나 우월"
체내 약제 농도 일정 유지 지속 효과 기대…전체환자의 20~30% 대상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심장 모형을 통해 파브리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심장 모형을 통해 파브리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파브리병은 알파-갈락토시다제 A(alpha-galactosidase A)라는 효소가 결핍돼 발생하는 희귀질환으로, 국내에는 1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현재 집계된 환자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알파 갈락토시다제 A 효소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면 효소의 활성도를 높여주는 경구제가 효소대체요법(ERT)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치료는 아니지만, 경구제 복용이 편의성이 높으면서도 ERT과 비슷하거나 우월한 치료 결과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행운'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그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메디팜스투데이와 만난 자리에서 희귀질환인 파브리병의 국내외 치료 트렌트와 최신지견에 대해 설명했다. 

홍 교수는 "파브리병의 치료는 당뇨병 치료의 원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당뇨병을 치료할 때 인슐린 치료를 하는 환자는 10~20%에 불과하며, 대부분 경구용 치료제를 사용한다"면서 "파브리병도 마찬가지로 몸 속에 있는 효소의 활성도를 높여주는 경구용 치료제가 더 나을 수 있다. 다만 모든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순응변이가 있는 파브리병 환자가 대상으로 전체의 20~30% 정도"라고 밝혔다.

효소대체요법(ERT)은 2주에 한 번 모든 환자가 같은 용량으로 주사를 맞게 되는데 약제의 농도가 2주간 몸에 같은 농도로 남아 있기는 어려운 반면, 경구제는 이틀에 한 번 일정한 시간에 먹기 때문에 체내 약제의 농도가 일정하게 유지돼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미 나와 있는 데이터로 볼 때 경구제로도 심장, 신장의 기능 유지에 대한 효과가 검증됐고, ETR와 비교해도 효과적인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유일한 경구제인 갈라폴드는 최근 30개월 장기 임상 결과를 통해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안전성을 입증했고, 효소대체요법을 대체해 신장 기능 유지 및 심장질량지수 감소에 대한 효과를 평가했을 때, 비슷하거나 우월한 결과를 보였다"며 "효소대체요법을 사용하지 않고 갈라폴드를 복용한 나이브(naïve) 환자와 효소대체요법에서 갈라폴드로 스위칭한 환자를 비교한 임상 결과, 심장 지표의 경우 오히려 갈라폴드를 사용했을 때 더 좋아진다는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숨은 환자 찾는 것이 중요…보험급여 제한 아쉬워

홍그루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비후성심근증 클리닉에서 진료하면서 파브리병 환자를 많이 만났다. 비후성심근증 전체 환자의 1%가 파브리병으로 진단됐는데, 처음으로 스크리닝을 하면서 환자를 찾기 시작해 8년 만에 35명이 추가로 진단됐다. 전체 환자 수를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수이다.

그는 "피브리병은 질환의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만큼, 숨은 환자를 찾으려면 각 임상 과에서 진단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가족력이 있는 상황에서 원인 모르는 손발 통증, 심장과 신장의 이상, 젊은 나이의 각막혼탁, 피부에 나타나는 혈관각화종 등 이상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검사는 소량의 혈액 만으로 가능하며, 굉장히 쉬운 편이다"고 강조했다.

국내 파브리병 치료와 관련해 제도적인 부분에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비해 정부 지원이 많은 편이기 때문에 치료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지만, 2차 치료제로 지정돼 있는 경구제로도 조금 더 일찍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면 여러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한달에 한번씩 처방받아야 하는 처방기간 제한도 완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치료 시기이다. 당뇨병이나 고혈압은 진단을 받고 합병증이 생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나 보험급여 적용이 안되는 경우가 없다.

홍 교수는 "다른 병은 진단을 받으면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미리 치료와 예방을 하라고 하는데, 파브리병은 표적 장기에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는 치료에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면서 "워낙 고가의 약이기 때문에 이해하는 부분은 있지만 아쉬울 수밖에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심장 근육 두께가 정상은 8~9mm인데, 파브리병 치료로 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12mm 이상도 아닌 초과가 돼야 한다. 보험급여 적용이 확실하게 여러 합병증이 생긴 경우에만 된다는 건, 일반적인 질환 치료를 생각했을 때 이상한 일"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파브리병은 처음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는 3~10세 사이의 어린 나이로, 평균적으로 진단을 받기까지 평균 15년 이상이 걸린다.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증상이 일찍 발현되며, 나이가 들수록 원인이 불명확한 신부전, 고혈압이 나타나거나 파브리병으로 인한 심장질환으로 조기 사망까지 이를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적극적이고 꾸준한 치료가 중요하다.

홍그루 교수는 "파브리병은 희귀질환이지만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병이다. 평생 관리만 잘한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특히 먹는 약으로 관리할 수 있는 조건을 가진 분들은 오히려 선택받은 분들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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