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큐란' 전철 밟나…아세틸엘카르니틴·옥시라세탐 등 뇌기능개선제 위기

뇌기능개선제인 콜린알포세레이트에 대한 급여 축소에 이어 임상재평가가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임상재평가를 진행한다고 해도 효능을 입증하기엔 부담이 있고, 진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적응증이 삭제되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오는 19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재평가 대상 선정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식약처가 ‘의약품 재평가 실시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콜린알포세레이트의 임상재평가를 추진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제약업계는 임상재평가 실시가 기정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재평가 범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급여가 유지된 치매는 제외하고 그 외 급여가 축소된 부분에 대해서만 재평가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효과에 대한 것은 아직도 의료계에서 의견이 분분한 편"이라며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전방위적으로 압박하기보다는 의료현장에서 처방하는 의료진과 환자들을 생각할 때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제약업계는 뇌기능개선제 대한 임상의 경우 임상 설계나 결과 도출이 어려워 효능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다 만약 효능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말도 안되는 약'을 팔았다는 오명이 뒤따르게 될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임상시험을 통해 효능을 입증하지 못하면 적응증 삭제로 이어진다. 치매를 포함한 임상재평가가 진행될 경우 이미 선별급여를 통해 매출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적응증 삭제를 감수하고 재평가를 포기하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최악의 경우 동아제약의 혈액순환개선제 '써큐란'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

써큐란은 1994년 국내 허가받아 2000년대 들어 연매출 1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성장했었으나 문헌자료 만으로는 혈액순환개선제 효능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식약처가 2016년 임상재평가를 지시했다.

이후 대부분의 품목이 자진취하했고, 써큐란의 매출은 점차 하락했다. 동아제약은 임상재평가에서 주적응증에 대한 효능 입증이 쉽지 않고, 임상을 완료한다고 해도 하락한 매출 반등이 쉽지 않다는 판단하에 결국 2019년 6월 품목허가 자진취하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전환한 바 있다.

다만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써큐란과는 비교할 수 없이 큰 대형품목이어서 임상재평가 포기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콜린알포세레이트뿐만 아니라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등 뇌기능개선제에 대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세틸엘카르니틴과 도네페질은 지난해 5월 임상재평가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해 위기를 맞았다.

도네페질은 허가된 효능 중 '알츠하이머형 치매 증상의 치료'에 대한 유용성은 인정됐으나 '혈관성 치매 증상의 개선'은 근거가 부족해 임상재평가를 실시토록 했다.

아세틸엘카르니틴은 '일차적 퇴행성 질환'과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 2가지 적응증 중 '일차적 퇴행성 질환' 적응증은 삭제됐으며,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 적응증도 임상재평가 결과를 오는 20201년 1월까지 식약처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 더 위기가 찾아올 예정이다.

옥시라세탐 성분도 지난 2015년 효능을 입증할 만한 근거가 부족해 임상재평가가 결정됐다. 옥시라세탐은 최근 임상참가자 부족 등으로 효능 입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상시험 결과보고서 제출기한 연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틸엘카르티틴의 경우를 감안하면 임상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유효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네페질,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에 이어 콜린알포세레이트까지 뇌기능개선제에 대한 처방 폭이 줄어들면서 의료진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치매 치료에 대한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처방제한은 의료진과 환자의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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