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예측했던대로 이변은 없었다. 지난 20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박근혜 후보가 84.0% 득표율로 18대 대통령 선거 후보로 공식 선출됐다.

새누리당 경선 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박근혜 후보는 누구인가. 모친을 흉탄에 잃은 것도 부족해 부친까지 총탄에 잃고 졸지에 고아가 되어 동생들을 돌보아야 했던 그녀. 60대에 비로소 대권 후보에 나서기까지 그야말로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굴곡 많은 인생역정을 살아온 비운의 여자이기도 하다.

1952년 2월 대구에서 태어난 박근혜 후보는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5.16 군사혁명을 일으킨 후 청와대 생활을 시작했다. 한 때는 학자의 꿈을 품고 프랑스 유학을 떠난 박 후보는 74년 모친 육영수 여사의 저격사건 이후 귀국, 79년 10.28 사태로 부친을 잃을 때까지 퍼스트 레이디 대행자로서 정치를 체험한 바 있다.

3번째 대권에 도전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선출 직후 수락 연설에서 “국민 대통합의 시대를 열겠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큰 길에 모든 분이 동참할 수 있도록 나부터 대화합을 위해 앞장서겠다”며 “이념, 계층, 지역, 세대와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국민 대통합의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또 경선과정에서 대립했던 후보들에게도 새누리당의 대선 승리에 큰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을 간곡히 당부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기도 했다. 이와 함께 ‘공천헌금’ 파문 및 측근비리 의혹을 의식한 정치 혁신 의지도 피력했다. 특히 ‘부패와 비리’에는 어느 누가 연루돼 있다해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또 친인척 비리근절을 위한 특별감찰관제 및 상설특검 도입을 대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리고 근간에 핵심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경제민주화’ 메시지도 잊지 않고 언급했다.

이런 선언과 다짐들은 지난 2개월간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악화된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한 박 후보의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박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비박(非朴) 주자들의 문제제기에 대해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공천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시원한 답변을 기피해왔다. 과정이야 어찌되었던 박 후보는 득표율 84%로 사실상 추대대회로 막을 내렸다.

과연 12월에 우리나라도 건국이래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될 것인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자 주요국인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집권당 대통령 후보에 여성이 뽑혔다는 건 남성우월 유교문화가 잔존해 있는 우리로서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여자가 무슨 대통령…”이라고 여성비하의 말을 하는 전직 대통령이 있을 정도인데 그런 문화속에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그야말로 세계사적인 대사건이다.

박근혜 후보의 등장으로 유권자들은 본의 아니게 한국 대선사상 최초로 ‘여성 대 남성’ 혹 ‘남성 대 여성’ 대결구도를 보게 되었다. 1987년 시민헌법이 채택된 이래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이 저마다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해왔다는데 여성 대통령 후보의 등장은 2012년 대선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처럼 박 후보가 높은 득표율을 보인 것은 박 후보의 정치적 자산이 아버지의 후광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면 경제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 공적에도 불구, 유신 독재자로 낙인 찍힌 아버지가 그녀에게 남긴 부정적 유산으로 될 가능성도 높다.

그래서 반대세력들은 ‘역사의식’과 ‘차별화된 삶의 궤적’을 내세우며 각자 자신이 박 후보에게 이길 수 있는 자임을 강조했다. “독재의 추억만 맴도는 의혹투성이 후보” “왕의 딸과 서민의 아들의 가장 각이 서는 싸움” 등등 비난의 말을 퍼부며 신경전을 벌리고 있다. 박 후보를 꺾기 위해 민주당이든 안철수든 단일후보를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가 해야 할 과제는 이미 후보수락 연설에서 밝힌 바 있는 국민과의 약속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그에 앞서 박근혜 불통(不通)과 사당화(私黨化) 이미지를 지우며 중도, 보수, 진보 모두를 아우러야 한다. 국민 대통합만해도 ‘그 나물에 그 밥’인 자기 계파만 중히 쓰는 인사방식으로는 진정성을 인정 받을 수 없다.

특히 자기에게 관대하고 남에겐 엄격한 인상을 줄 수 있는 가족과 측근관리 방식에도 과거 정부와는 달리 획기적 변화를 보여야 할 것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심지어는 공정사회, 친인척 부정ㆍ부패 비리척결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까지도 말뿐이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저들의 공세를 이겨낼 최종 병기는 ‘개혁’ 밖에 없을 것 같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신뢰가 가지 않고 불안하다. 박 후보의 주변에 ‘사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살아난 비리 권력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친박이라는 예스맨(yes man)이 넘쳐 나면서 박 후보의 귀를 막고 있다. 더구나 거액의 뇌물사건으로 사법처리된 바 있는 뇌물 전과자를 공동선대위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이는 박 후보가 새 시대를 간절히 염원하는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수도 있다. 물론 이 같은 작태는 야당에서조차 비리 권력자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무시당하는 국민으로서 슬프고, 분하고, 마음이 아프다.

대선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도 중요하지만 측근도 후보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박 후보는 진정으로 개혁의 의지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깨끗하고 참신한 사람을 찾아 주위에 두어야 한다. 사면 복권만 되면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인가. 부패, 비리, 뇌물을 받아 감옥에 갔다 온 비리전과자들이 뻔뻔스럽게 국회의원이 되고, 권력자가 되고 있다. 그런 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불쌍하고 측은하기만 할 뿐이다.

여러 경향에서 볼 때 가문과 개인으로도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가 된 것은 드라마틱한 일이다. 그렇지만 ‘주요국 최초 여성 대통령’이 되는 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영국의 대터와 독일의 메르켈은 서민의 딸로 태어나 국가를 위한 총리가 되었다. 그들의 인생을 관통한 키워드는 ‘개혁’이었다. 박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의식도, 분위기도, 비리측근도, 그리고 전략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청와대에 입성할 수 있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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