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을 보면 이런 글이 있다.

한 선비의 집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찾아와 대문을 두드렸다. 선비가 문을 열자 그 여인이 말한다. “나는 공덕천이라고 하는데 당신 집안에 행복한 일과 많은 재물을 가져다 주며, 행운이 따르는 좋은 일만 가져다 주는 여인이라오.”

그 소리를 들은 선비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 여인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했다. 그런데 곧바로 검은 옷을 입은 아주 험상궂은 여인이 뒤따라 들어오는 게 아닌가. 놀란 선비가 그 여인을 가로막으며 “누구냐”고 묻자, 여인이 차가운 미소를 띄며 말한다. “나는 흑암녀라고 한다. 나는 당신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나 불행한 일만 가져다 주는 사람입니다.”

선비가 그녀를 내쫓으려고 하자 그녀가 또다시 말한다. “나는 공덕천 언니와 늘 함께 다니는 자매로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답니다.” 선비가 그녀의 말을 듣고 난 후 두 여인 모두를 집안으로 들이지 않고 거절을 했다.

이 글에서처럼 행복과 불행은 늘 함께 붙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두고 흔히 우리는 ‘인생만사(人生萬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던가. 변방에 사는 촌로가 좋은 일이 생겨도, 불행한 일이 생겨도, 그 어떤 상황에 처해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는 고사다.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행복과 불행이 교차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또 다른 동물과는 달리 공동체 생활을 하며 혼자는 살 수 없는 자연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인생의 기복이 찾아온다. 언제나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없고, 불행한 삶을 살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고, 흐린 날이 있으면 밝은 날도 있다. 따라서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너무 들떠서도 안되고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낙심하지 않고 좋은 때나 나쁠 때나 언제나 태연한 자세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되어야 한다.

요즘 대선과 관련, 여ㆍ야 예비주자들의 정책공약이 시끄러운데 슬로건도 십인십색이다. 모두가 자기만 잘났다 하고 남은 부족하다고 비방을 한다. 잘못된 혀가 목숨까지도 잃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처럼 말이다. 그 순간 그것도 잠시 한 때 권세를 누리다가 은팔찌를 차고 붉은 벽돌집으로 들어간 낯익은 얼굴들이 떠오르면서 냉소가 입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똑똑하고 유능한 그들, “가짜는 어디에나 있어도 공짜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왜 몰랐을까. 물고기가 미끼에 걸리면 목숨까지도 잃는다는 것을 알았더라면 저렇게 패가망신은 당하지 않을텐데..”

권력과 인기는 왕관과도 같다. 쓰기 전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막상 쓰고 나면 머리가 아프다. 그리고 그런 왕관은 결국은 벗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권력과 재물, 그리고 명예보다 더 귀한 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논어에 ‘고기양단(叩其兩端)’에 대한 말이 있다. 이 부분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아는 것이 있겠느냐. 나는 아는 것이 없느니라. 다만 비천한 사람이라도 진실하게 내게 무엇인가를 물어오면 나는 그 물음의 양쪽 끝을 두드려 주는데 전력을 다할 뿐이다.” 공자는 사물과 사건을 해석하고 새로운 발전을 하는데 있어 양쪽 끝을 두드리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는 이쪽과 저쪽, 최상과 최하, 중심과 주변 모두를 찬찬히 관찰하고 연구함으로써 해법을 찾아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 발전의 동력을 찾아내고 개인이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기회 역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기회도 마음먹기에 따라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았다. ‘만남의 관계’다. 사람은 반드시 상대적 관계를 갖는 존재다. 그래서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사람은 관계를 통해서 성숙해지는 것이다. 아울러 관계를 잘 맺고 유지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만남의 관계가 되느냐에 따라 행ㆍ불행이 뛰따른다.

하루 하루의 삶이 힘들다면 지금 높은 언덕길을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안하고 쉬운 매일 매일이 된다면 골짜기로 향하는 걸음일 것이다. 걷다보면 때론 평지를 만날 수도 있지만 평지를 오래 걷는 인생은 없다. 우리 인생길에는 반드시 어두운 밤이 있다. 질병이라는 밤, 이별이라는 밤, 가난이라는 밤, 인간의 수만큼이나 밤의 수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밤을 애써 회피하려 들고 가능한 한 그런 밤이 오지 않기를 간절히 배래왔다. 그러나 그런 밤이 오지 않으면 반짝 빛나는 별을 볼 수가 없다. 별이 뜨지 않은 인생이란 죽은 인생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든 밤을 맞이하지 않고서는 별을 바라볼 수 없다. 그 누구도 밤을 맞이하지 않고서는 새벽을 맞이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여자 전도사와의 갈등으로 교회문을 닫고 청소원이 된 50대 중반의 목사와 영어(囹圄)의 몸이 되거나 검찰에 불려 다니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느끼는 게 있다. 고슴도치다. 흔히 인간관계를 고슴도치가 모여사는 것에 비유하기도 한다. 너무 가까이 붙으면 서로 가시에 찔려 상처가 나고, 너무 떨어져 있으면 춥고 외롭고 해서 서로 찔리지 않을 만큼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한다고. 그래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관계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바람직한 인간관계란 너무 멀리 떨어져서 외면당하지 않고 너무 가까워서 상처받지 않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시인.수필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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