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 ‘연가시’가 관객 38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을 이어나가는 가운데, 실제 연가시 감염 가능성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가시는 곤충의 몸을 숙주로 기생하다가 산란기가 되면 숙주의 뇌를 조종해 물가로 이동하도록 만들고, 숙주가 물 속에 들어갔을 때 몸에서 빠져나와 알을 낳는다. 그렇다면 영화에서처럼 실제로 연가시가 사람 몸 속에서도 기생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연가시는 곤충을 옮겨 다니며 기생하기 때문에 물속 곤충을 주 먹이원으로 삼는 물새류에서도 연가시 감염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몸에는 기생할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므로 여름철 물놀이를 하다가 연가시에 감염될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겠다. 그러나 물놀이를 할 때 연가시보다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하천, 수영장 물 속의 세균과 미생물이다.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에 따르면 매년 물놀이 후 설사병에 걸린 환자가 1만, 귓병환자가 620만에 이른다고 한다. 이러한 ‘물놀이병’의 발병률은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었다. 물속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녹농균, 이질균, 대장균, 와포자충, 담즙이 람블편모충, 꼬리유충 등 병원성세균과 기생 미생물이 많다. 이중 일부 미생물은 염소 소독을 해도 내성이 강해 사라지지 않고 물속에 잠복하며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을 노린다.

여름휴가 망치는 물 속 세균ㆍ미생물

수영 또는 온천욕, 하천 물놀이 후 세균과 미생물 감염에 의한 수인성 질환과 피부병은 당일 또는 1~2주 정도 잠복기를 거쳐 증상이 나타난다. 물속에 있는 세균 중 하나인 녹농균은 병원성은 강하지 않으나 외이염, 중이염 등 귓병과 피부병을 일으킨다.

녹농균에 의해 피부발진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피부가 가렵다가 울퉁불퉁해지고 진무름이 생길 수 있다. 꼬리유충 또한 피부에 접촉하면 홍반, 구진 등이 생기고 수 시간 후 물집, 결절, 농진 등을 일으켜 따끔따끔한 듯한 소양감을 느낀다. 보통 1주 정도 후에는 없어지지만 2차감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피부질환 외에도 설사와 위장장애를 일으키는 세균과 미생물도 있다. 바로 이질균과
대장균, 와포자충이다. 이질균은 장에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제1군 법정 전염병을 유발하며 위산에 강해 200마리 미만의 균만 섭취해도 감염될 수 있다. 유아 및 청소년 사이에 세균성 이질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대장균은 장 속에서는 병원성을 나타내지 않는 것이 보통이지만 일부 항원형 대장균은 병원성대장균으로, 젖먹이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전염성 설사를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와포자충은 기생성 원생동물 중 구충류의 일종으로 설사를 유발한다. 와포자충은 염소 소독에 대한 저항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물놀이 병에 걸렸다면

물놀이 후 설사병이 생겼다면, 탈수증상을 막기 위해 수분을 충분히 보충해야 한다. 심한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해 알맞은 치료가 필요하다. 귓병에 걸렸다면 항생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 미국에서는 물놀이 후 귓병에 걸린 아이들 40% 이상에게 먹는 항생제가 처방된다.

하지만 먹는 항생제는 세균의 내성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초기 치료 시 액체 항생제를 몇 방울을 귀에 흘려 넣는 방법이 권장된다. 수영 후에 나타나는 가려움증이나 피부발진은 대부분 긁지 않으면 자연 치유된다. 가려움을 완화시켜주는 크림을 바르면 도움이 되지만 심한 경우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놀이 질병 예방하기

다양한 위험요소가 존재하는 여름철 물놀이를 안전하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위생관리와 예방이 필수다. 먼저 물놀이병을 예방하는 방법으로는 물을 삼키지 않도록 주의하고, 눈, 입, 귀 등으로 물이 들어갈 수 있으므로 귀마개를 하거나 수영 모자를 귀까지 당겨쓰며, 잠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귀에 물이 들어갔다면 들어간 물을 빼내고 귓속 물기를 말린다. 면봉이나 솜으로 무리하게 닦으면 쉽게 상처가 나고 2차 감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자연건조 한다. 피부에 상처가 있으면 세균에 의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물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물놀이 전후 깨끗하게 몸을 씻어내야 한다.

[도움말 =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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