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건국대병원 글로컬소화기병센터 소화기 개원의 연수강좌를 다녀와서

개인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도 많고 보람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흐뭇한 경우가 간혹 있다. 특정한 질병을 진단한 후 개원가에서 치료할 수 없어 대학병원에 의뢰하였을 때 치료받고 돌아온 환자분이 이런 말을 해주실 때가 있다. ‘원장님! 처음 원장님 설명을 듣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대학병원을 방문해서 교수님께 설명을 듣는데 원장님하고 말이 똑 같아서 안심이 되고 치료받기도 수월했어요.’

환자 입장에서 의사의 설명을 듣고 오히려 불안하거나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다면 설명하는 의사마다 얘기가 서로 다를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 사회에서 큰 화두의 하나인 ‘소통’이라는 개념이 조직사회에서 뿐만이 아니라 환자와 의사, 의사와 의사 사이의 신뢰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지난 7월 15일 비오는 일요일에 다녀온 건국대학교 병원 글로컬소화기병센터 개원의 연수강좌(이하 연수강좌)는 의료 지식을 통해 어떻게 소통하는지 또 소통을 위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일깨워준 차별화된 연수강좌였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구성은 15분에서 20분간의 중요한 요점을 중심으로 한 keynote lecture가 있고 이어서 강의하신 교수님이 직접 실연하는 live demonstration이 20분정도 진행하도록 되어있어 Keynote lecture가 실제보다 짧게 느껴지지 않으면서 지루하지도 않게 짜여져 있었다. 또한 강의 사이사이에 전달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퀴즈를 준비하여 주위를 환기시킴은 물론 청중들로 하여 remined하게 하는 효과를 얻게 한 구성도 돋보였다.

라이브 실연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생생한 화면과 강의실 좌장과 실연하는 강사의 토론을 통해 청중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술기, 지식, 설명의 방법 등을 보다 실감나게 경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철저한 사전준비와 경험이 없이는 실행하기 어려운 것으로 시연(live demonstration)을 위한 건국대학병원 교수, 간호팀, 강사와 좌장님들의 노력이 어떠하였을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내시경과 초음파 진단의 실연과 함께 중요한 내용이 B형간염의 치료부분이다. 아직도 전체 국민의 4-6%가 뵤균자이며 간경화와 간암의 중요원인인 B형간염은 개원의들의 중요 진료 분야 이다. 바쁜 실연가운데 개원의의 현실을 반영한 적절한 강의 구성으로 보인다.

내용적인 면을 보면, 일본에서 오신 고토다 선생님의 조기위암 진단을 위한 내시경 진단의 술기는 나를 놀라게 하기에 중분하였다. 라이브를 보는 내내 10여 년간 개원하면서 지속적으로 내시경을 해오던 나에게 그동안 어떻게 내시경을 해왔는지 반문하는 듯 하여 부끄럽기도 하고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고토다 선생님은 내시경 시술을 시작하면서 후두부와 식도, 위, 십이지장을 관찰하는 방법, 사진을 얻는 방법을 화려하고 선명한 영상을 통해 설명하고 총 40여장의 사진을 실제와 같이 실연하여 보였다. 우에도 선생님은 위의 관찰법에 더해서 보다 조기위암을 더욱 잘 진단하기위한 색소내시경, NBI(narrow band imaging), AFI(autoflorescence imaging)에 대한 소개와 함께 능숙한 솜씨로 실연하면서 섬세한 관찰과 정확한 조직 생검 부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여러 연수강좌와 교육을 통해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진료에 임해오고 있지만 이날의 실연은 그동안의 배움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실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비현실적인 수가체계, 고가의 의료장비, 한정된 진료시간 등 외국과는 전혀 다른 우리 의료현실이 큰 벽으로 남아있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의 진단내시경 시술 방법에 대해 일깨워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개원가에서 일반화된 건강검진 프로그램으로 내시경과 함께 초음파의 중요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현실이다. 그렇기에 많은 초음파 관련 연수강좌, 라이브 프로그램, 영상매체를 이용한 교육프로그램 등이 정보의 홍수라 할 만큼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이 나름대로의 장단점을 갖고 있겠지만 담낭과 췌장질환에 대한 정상부터 주요 질병의 소견 및 초음파 검사의 술기는 물론, 고해상도 초음파 진단(HRUS)과 조영증강 초음파(CEUS)를 이용한 감별 등 기초부터 최신 기술을 망라한 경우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

내가 꼭 알고 실행해야할 검사 술기, 새롭게 도전해볼 만한 술기, 또한 내가 직접 할 수는 없지만 알고 있어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까지 제목(A to Z) 그대로 담낭과 췌장질환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췌장염과 췌장암에 대한 최병인 교수님의 강의는 거의 10여년 만에 듣게 된 매우 소중한 시간이었는데 각 췌장 질병의 영상학적 특징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라이브 중 보여주신 CEUS를 포함한 체계적인 초음파 술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강의 중 마음에 와 닿는 말씀은 췌장 질환에 있어서 초음파의 한계에 대한 언급이었다. 어쩌면 경험이 많은 고수만이 할 수 있는 솔직한 말일 수도 있겠으나 의료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1차 진료의로서 환자를 대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세일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이날의 연수강좌가 존재하는 이유도 이러한 한계도 언젠가는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와 도전정신을 대학과 개원의가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뜻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의사 특히 개원의를 위한 연수강좌가 다양하게 진행되어 선택의 폭이 넓어졌음에도 장맛비가 시작된 일요일 이른 아침 300석 대강당을 가득 메우고 자리가 부족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 것은 이번 건국대 연수강좌가 의료의 정책적인 현실과 개원의의 필요를 적절히 반영한 짜임새 있는 강의, 실연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나는 이번 연수강좌를 통해 처음 검사를 시작하는 초심으로 돌아가 적절한 내시경 진단과 초음파 검사 방법을 새롭게 발전적으로 정리하고, 대학병원에 의뢰하는 환자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치료나 새로운 검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여 환자와 의사, 의사와 의사가 소통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내년에는 더욱 더 알찬 내용으로 건국대병원 소화기 연수강좌에서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은 개원의 선생님들과 함께 가질 수 있기를 희망하며 이번연수강좌를 준비해주신 심찬섭 교수님이하 교직원여러분, 라이브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강사님, 좌장님, 그리고 간호팀 여러분께 감사드리고, 병마와 싸우는 가운데 교육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신 환자여러분의 쾌유를 기원하며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인천 다정한내과 함정식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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