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성들은 체력과 시력은 노화가 오더라도 곧잘 수용하는 편이다. 하지만 소위 ‘정력’이 약화되는 것은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젊었을 때의 힘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사람이 많다.

정력에 좋다면 굼벵이도 마다 않고, 밀렵으로 산짐승의 씨를 말려 놓고 있으니 우리나라 남성이 유독 별나서 그런지, 정력이 약해서 그런지 궁금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남성들의 발기장애 발생빈도가 여러 외국 남성들에 비에 높다는 사실이다.

같은 시기에 똑같은 방법으로 40~80세 남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하여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 평균 18%, 한국 평균 28%로 우리나라 남성들의 발기장애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발기장애 발생위험인자인 당뇨병(세계평균 11%, 한국 31%), 고혈압(세계평균 23%, 한국 34%), 고지혈증(세계평균 17%, 한국 26%) 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계 30개국 40~80세 남성을 대상으로 ‘성이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가 96%(세계평균 77%)로 제일 높게 나타났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우리나라 남성들이 정력에 쏟는 극성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실제로 정력제가 남성들의 정력증대 효과로 이어질까.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고 정신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전적으로 심인성으로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환자들도 있지만, 완전한 기질성 발기부전증은 없다. 신체적 고장으로 기질성 발기장애가 일어나면 심리적 위축감으로 심인성 발기장애가 추가된다는 뜻이다.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어떤 환자는 자신의 발기장애 정도를 100으로 잡았을 때 이중 10% 만이 신체적 결함으로 발생하였으나 나머지 90%의 장애는 이 신체적 결함으로 발생한 10%의 발기장애에 대하여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거나 불안해함으로써 추가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의학은 과학이기 때문에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는 약물이 대부분의 다른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다면 약물로서 인정할 수 없다. 적어도 30%이상의 환자에서 효과가 재현되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소위 정체불명의 정력제나 사슴피나 곰발바닥, 독사를 복용하고 효험을 보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몸에 좋다는 것을 먹었다는 또 먹고 있다는 심리적 안도감과 함께 자신감이 생겨나서 바로 심인성 장애가 없어짐으로써 그 만큼 효과를 보는 것이다.

이런 효험은 심인성장애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면 클수록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효험이 있다하더라도 결코 30% 이상의 환자에서 그 효험을 관찰 할 수 없다. 그렇기에 약제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신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할 때에는 반드시 두 군으로 나누어 한 군에게는 진짜 약을 주고 다른 한 군에게는 가짜약을 주게 된다. 그 이유는 좋은 약을 먹었다는 데서 비롯되는 심리적 효과 즉, 위약효과를 배제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식약청에서 인가받아 정력제로 선전되고 있는 것은 모두 건강식품이지, 치료 약제 및 약품은 아니다. 이것들은 단기간 복용해서는 효과가 없고 매일같이 상복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민간요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문화적 습성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몰라도 외국인에 비해 위약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1998년 비아그라 국내 임상시험 당시 한 병원에서 시행한 임상시험에 의하면 진짜 비아그라를 복용한 남성은 10중 9명이 발기력 향상을 보였지만 가짜 비아그라를 복용한 사람도 11명중 7명, 약 64%의 환자가 발기력 향상을 보여 위약효과가 외국의 어느 보고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발기부전치료제의 하부요로증상 치료효과를 알아보기 위하여 현재 시판되고 있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와 가짜약(위약)과의 효과를 비교하였는데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의 효과와 비슷하였으나 가짜약도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위약효과가 유독 높은 것이 아닌지 정확히 조사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김세철 관동의대 명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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