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의 성심리와 행동에는 분명히 차이점이 있지만, 전통적인 개념에 집착하여 이해하지 못하거나 오해하고 갈등의 소지가 발생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남녀의 성적 차이로 남성은 물리적 쾌락을 중요시해 성적 관계를 통해 성적 긴장을 해소하는 반면에 여성은 정서적 애착관계가 수반되지 않는 성교를 원하지 않는 경향으로 성적 관계를 통해 정서적 친근감을 증가시킨다.
이처럼 남녀의 성행동이 다른 이유는 몇가지 이론이 있다. 하나는 사회문화적 영향에 의해 학습된 결과이다. 예를 들자면 여성은 남성이 성행위를 요구할 때만 응해야 하며, 남성이 요구하더라도 결혼과 같은 허용된 관계 내에서만 응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 결과 남성이 다양한 파트너를 상대하면 우월한 존재로 부각되었지만, 여성은 저속하다고 비난받거나 처벌된다. 또 하나는 생물학적, 진화론적으로 보는 견해로 유전자, 호르몬을 비롯한 생물학적 과정들을 성행동의 주요 결정인자로 본다.
생물학적으로 보는 견해는 남성호르몬의 차이며, 진화론적으로 보는 견해는 종족번식 전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부모가 되기 위한 노력의 정도에서 성차가 심하게 존재한다.
남성은 단 1회의 성교로 아버지가 될 수 있지만 여성은 수많은 남성을 상대하더라도 한명의 아이만 낳을 수 있다.
종족보존에 에너지의 대부분을 투자해야 하는 암컷은 수컷을 보다 선택적으로 찾아 나서며 종족보존에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수컷은 기존의 암컷을 버리고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세 번째는 사회교환이론 (social exchange theory)이다. 이론의 핵심은 사회행동이 유무형 재원의 교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성욕이 강한 남성은 여성으로부터 성을 얻기 위해 여성에게 다양한 형태의 재원을 제공하여야 하며, 여성은 자신의 성을 원하는 남성에게 허용하면서 성을 무기로 남성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남성이 데이트경비를 지불하는 것도 나중에 성행위라는 대가를 얻기 위해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데, 돈이나 시간,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투자한 남성일수록 여성이 성교요구에 응해주지 않으면 손해를 본 느낌이 더 드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그러나 이제는 ‘남성은 독립적이고 여성은 의존적이다’라는 이야기는 더 이상 수용할 수 없다.
남성과 여성이 독립적이냐 수동적이냐의 문제를 가지고 성역할을 결정할 것이 아니고, 고정적인 성역할에 대한 관념에서 탈피하여 남녀 모두에게 새로운 삶의 양식이 창출되어야 하겠다.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성적 역할을 선택하여 개발하고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여자도 적극적인 구애작전을 펴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다. 빼는 것이 마냥 미덕이 아니고 지혜롭게 남성에게 호감과 데이트를 신청하면 오히려 그것이 상대방이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김세철 관동의대 명지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