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음주문화가 바뀌기는 했지만 아직도 남성들은 흔히 자신이 세다는 것을 주량으로 과시하며 상대의 기를 죽이려는 경향이 있다.

자의든 타의에 의해서든 과음으로 이튿날 아침 힘들어 하는 남성들을 보고 여성들은 ‘남자들이 참 어리석다’면서 도무지 이해를 못한다.

술은 잘 마시면 약이요, 잘못 마시면 독이다. 적당히 술을 마시면 머리 속의 대뇌 피질을 자극해 정신적 긴장에서 해방되고 스트레스가 없어져 활력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많이 마시면 위나 간에 좋지 못한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알코올 중독이 되기 쉽다.

술이 남성의 성기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음주는 자신의 주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반주 정도면 혈액순환을 촉진시키고, 신경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성기능을 향상시켜주므로 유익하다.

그러나 알콜은 실제로는 뇌의 억제제이다. 그 진행과정을 보면 우선 공포를 주관하는 뇌중추를 억제한다. 그 때문에 불안이 감소되고 의식이 손상되기 전에 억제로부터 벗어나 용기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소량의 술을 마셨을 때 성욕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알콜 자체가 뇌중추를 흥분시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알콜의 불안감소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도덕, 체면, 주위환경 등의 심리적 억제로부터 벗어나 용기가 생기게 되는데 기인한다.

물론 다시 양이 늘면 대뇌활동을 더욱 억제시켜 인지기능을 손상시키고 결국 의식상실이 생겨 진정제, 최면제, 마취제 등을 사용했을 때와 같은 불규칙적인 하행성 마비가 일어난다.

성의학자 마스터즈와 존슨에 의하면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에 나타나는 발기장애는 상당수가 과음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가끔 과음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시도했다가 실패하여 낭패를 당하거나 다음 기회에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고 불안 초조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

급속 알콜중독 상태에서는 섹스에 대한 지각력과 인식력이 흐려져 발기장애가 초래될 수 있고, 알콜이 체내에서 대사되어 생산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가 발기조직에 직접 영향하여 발기장애를 초래할 지도 모르나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

만성 알콜중독증은 발기장애 뿐만 아니라 정자생성기능을 저하시켜 불임증을 일으키는데 그 원인은 간기능장애(여성호르몬 생산증가), 중추 및 말초신경장애, 고환기능장애(남성호르몬 생산감소)등의 합병증에 기인한다.

만성 알콜중독에 의한 성기능장애 중 가장 많은 것은 성욕감퇴, 그 다음은 사정장애, 발기장애, 조루증의 순이며, 성도착증의 증후를 보이기도 하고 이들 중 약 20%가 성범죄를 저지른다.

만성 알콜중독에 의한 성기능장애는 고환의 위축이 오기 전에 금주하면 자연 회복될 수 있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충분히 먹으면 간기능장애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알콜 그 자체가 장애를 일으킨다. 안주 잘 먹지 않으면 장애를 촉진시킬 따름이다.

[김세철 관동의대 명지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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