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일 년에 한 번이나 삼 년에 한 번 정도만 성적 기운이 일게 만드셨어야죠. 아니면 견우와 직녀처럼 아예 떨어뜨려 놓던가요. 아니잖아요. 아담만 해도 시도 때도 없이 벌떡 벌떡 자극이 되잖아요.

아담이 자극되는 건 첫째 시각, 둘째 후각이에요. 야한 걸 보기만 하면 아무데서나 빠빳이 서게 만들어 놓고 마치 하느님처럼 참으라고 하시는 건 무리지요. 하느님의 아들들이나 네피림(거인들)도 마찬가지예요. 그 넘쳐나는 성욕을 어떻게 발산하나요.

결국 그 대용으로 발산할 곳은 골프장밖에 없어요. 아마도 하느님이 땅바닥에 자궁과 같은 크기의 구멍을 파놓으신 큰 뜻은 거기 있을 걸요. 두고 보세요. 결국은 다 골프장으로 몰릴 거예요.”

“허긴… 그건 나부터 이미 느끼는 일이지.” 아담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했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하고 아담은 걱정했다. “골프코스를 이렇게 고친 것을 알면 하느님이 내 창조물에 누가 손댔냐고 노하시지 않을까?” 뱀은 고개를 저었다.

“모든 것을 포용하고 사랑하시는 하느님이 그러실 이유는 없지요. 제가 아는 하느님은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시는 분이에요. 안 고쳤을 땐 안 고친 것을, 고친 후엔 고쳐진 것을 다 사랑하시죠. 그게 발견자의 특성이기도 해요.”

아담은 그래, 그 말도 맞는 거 같다. 하고 맞장구 치면서 ‘뱀도 하느님을 잘 알고 있구나.’하며 경계를 풀었다. 그런데 방금 뭐라고 했지? 발견자의 특성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뱀은 웃으면서 말했다.

“제 생각인데요….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면 이 세상은 하느님이 만드시기 이전에 원래 있었어요.” “어라, 이놈이 무슨 망극한 소리를?” 아담은 육두문자를 쓰며 펄쩍 뛰었다.

“그러지 말아요. 제 생각이 맞을 거예요. 아담보다 먼저 태어난 염라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지구의 나이는 최소한 수십억년이에요. 그러니 세상은 원래 있었어요. 하느님이 발견을 한 거지요. 하느님이 하신 일은 원래의 모습에는 없던 사랑이라는 감정을 삼라만상 모든 개체에 각각 불어넣으신 걸 거에요.

사랑-. 생명의 에너지가 재창조되는 감정이죠. 돌이켜서 생각해 봐요. 세상 만물의 이름을 누가 지었지요? 모두 아담이 짓지 않았나요?(창세기 2:19) 그러면 그 모든 작명을 실제 아담이 했나요? 원래 있던 이름들을 정리한 거 아닌가요? 나를 뱀이라 한 게 아담인가요? 아니지요? 나는 원래 뱀이지 않았나요?…”

[소설가(小說家). 다인(茶人). 여행가(旅行家).]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