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은 뱀을 보며 ‘왜 나만 벌거벗은 거지?’하고 물었다. 뱀은 능글거리며 말했다.

“후후후후. 내가 보기엔 전과 달라진 게 없는데요.” 뱀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축하드려요. 아담의 눈이 하느님처럼 밝아진 거예요. 이제껏 보지 못하던 것들을 보게 되었을 뿐이지 달라진 건 없어요, 앞으로 골프는 더욱 재미있어 지겠지요.”

그뿐만이 아니었다. 페어웨이를 내다본 아담은 더 놀랐다. 페어웨이의 크고 둥근 언덕들이, 여자의 가슴이 성적 부담을 주듯 클로즈업 되어 남자의 성을 자극하는 가운데 큰 나무와 무성한 러프가 페어웨이 양쪽에 빽빽하게 서 있고 왼쪽에는 워터 해저드, 그린 앞에는 넓은 벙커가 가로 놓여 있는 건 아닌가.

시각을 바꾸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울렁거리게 하는) 빼어난 아름다움이었다. 그저 시간을 잊고 오래오래 파묻혀 놀고 싶은 충동이 가슴에 넘실거렸다.

“아니, 말씀도 없이 하느님이 코스 설계를 변경하셨나?” 아담이 중얼거리자 뱀은 사실을 말해 주었다.

“아, 코스만큼은 염라대왕님의 도움을 받아서 내가 고쳤어요. 기왕 시작한 운동이니 앞으로 회원을 늘리고, 좀 더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지요. 이 정도 코스라면 하느님의 아들들은 물론이고, 많은 네피림(거인)들도 회원 되기를 원할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야 나는 좋지… 그런데 회원이 늘어날 것을 어떻게 장담하지? 아담이 묻자 뱀은 말했다.

“하느님이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사람을 만들기는 (창1:26)’ 하셨는데 남자와 여자를 만들고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1:28)’고만 하셨지, 결혼이니 이혼, 정사, 매춘, 동성애에 대해서는 일체 말씀이 없었지요. 그러니 도덕적으로 받아들일 때 ‘성교는 출산을 위한 행위로만 유지되어야 한다.’고 해석할 밖에 없는 거예요. 남자와 여자를 만들되 어쩌면 하느님이 모두에게 원한 것은 ‘천국을 위해’ 기꺼이 독신생활을 하라는 것이었을 지도 몰라요. 독신생활이 결혼생활보다 더 바람직할 수 있다(마태복음 19:10~12)는 해석은 한참 후에 나왔지만요.”

바울도 그랬다. 결혼을 죄악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결혼을 단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린도전서 7:1~3) 뱀의 설득은 계속되었다.

[소설가(小說家). 다인(茶人). 여행가(旅行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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