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협회 회장 신년사 '위기 속 희망' 외침 공허

용이 비상한다는 임진년(壬辰年) 새해의 희망찬 기운이 제약업계, 약사사회, 도매협회 등이 소속된 약계에는 그 기운을 뻗치지 못할 전망이다.

의약품의 가격 수준을 53.5%로 인하하는 약가일괄인하 정책으로 쓰린 속을 다듬고 있는 제약협회와 일반약 슈퍼판매 허용으로 내부 분열 위기를 맞은 약사회, 약가인하로 인해 최소 의약품 유통비 보장마저 상실할 위기에 처해있는 도매업계 단체장들의 신년사는 이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다.

약속이나 한 듯 약계 단체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위기 속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지만 겹겹이 겹친 더블 악재에 대한 부담감을 있는 그대로 신년사에 담아냈다. 

먼저 제약협호 이경호 회장은 약가일괄인하 정책을 법적 투쟁을 통해 승리로 이끌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무차별적이고 가혹한 정책을 법적 대응으로 막아내자"면서 "모든 회원사들이 적극 참여해 힘과 지혜를 모아 기필코 승리하자"고 독력했다.

이어 "협회 또한 소기의 성과를 반드시 도출되도록 물심양면의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리베이트'라는 족쇄의 사슬도 끊어내자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 회장은 "공정한 거래관행 정착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며 "이제는 산업의 생존을 도모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제약인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경호 회장은 한미FTA와 이에 맞설 수 있는 GMP 시설 업그레이드, 신약개발 투자확대, 공정거래질서 확립에 앞장서 나가자고 독려했다.

신약보국의 정신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이경호 회장의 메시지는 약가인하 이후 경쟁력을 잃어가는 국내제약을 살리기 위한 애절함이 베어있다.

같은 선상에서 이한우 도매협회 회장도 업계 공생을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제약과 도매는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하면서 "유통비용은 의약품도매유통업의 생명선이며 변경할 수 없는 고정비용이며 제약사가 도매유통비용을 줄인다는 것은 도매유통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제약과 도매유통은 영원한 비즈니스 파트너쉽으로 상생과 화합하는 환경이 토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는 시장경쟁, 약가인하의 다양한 제도, 투명유통의 과제, 제네릭 의약품을 비롯한 OTC시장 활성화는 우리 모두의 과제"라며 약계의 화합과 단결을 촉구했다.

일반약 슈퍼판매를 담은 약사법 개정을 막아낸 김구 대한약사회 회장은 복지부와 협의 중 나온 일부 품목의 편의점 판매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그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를 완벽하게 막아내지 못하고 일보 후퇴한 점에 대해서 깊이 사과드린다"면서 위기 속 차선의 선택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명분만을 고집할 수 없었다"면서 "언론을 통해 표출되어지는 국민들의 요구를 등지고 약사직능을 지켜가는 일은 너무나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저의 몫이며, 절대 피하지 않고 제가 지고 가겠다"면서 "임기동안 대강 시간이나 끌다가 다음 임기에 짐을 넘기는 무책임이 아니라 책임을 다해 매듭짓는 자세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심경을 밝혔다.

김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약사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사회 발전에 따라 약사직능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인정하고 더욱 더 철저한 복약지도와 의약품과 건강 관련 정보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 속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약계 단체장들의 심중의 외침이 다가오는 임진년 새해에 어떻게 실현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