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

"산부인과는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국가가 미래를 좌우하는 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저출산, 저수가, 고위험, 고비용'이라는 4중고에 의료분쟁조정법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재원까지 안게된 산부인과. 산부인과의 현안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노준 회장을 만나봤다.

2005년 1,900여곳이었던 산부인과 의원수는 2009년 1,600여곳으로 5년간 300여곳이 폐업했다. 다른 과의 평균 1일 내원환자수가 54명인 것에 비해 산부인과의 평균 내원환자수는 27명에 불과하다. 

박노준 회장은 "OECD에 비해 1/5인 수준인 낮은 분만수가로 인해 매년 60여 곳이 분만을 포기하고, 산부인과 전문과 미표시 기관이 11%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박노준 회장도 7년전부터 분만을 포기했다. 분만을 하면 할수록 늘어나는 적자 때문이었다.

산부인과 개원가의 현실이 열악해지면서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도 크게 줄었다. 2005년 230여명의 전공의가 배출됐으나, 2011년엔 96명이 배출됐으며 2012년엔 71명만이 산부인과에 지원했다.

박노준 회장은 "7년동안 전공의 지원율이 1/3 감소해 분만병원에서 일할 의사가 없다"며 "이런식으로 가다간 분만할 의사가 없어 해외에서 의사를 수입해 올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수가 인상을 강조했다.

그는 "흉부외과나 외과 등의 수가인상은 개원의들한테는 소용없는 전체 수가인상이었다"며 "외과계통이 기피과가 된 것은 형편없이 낮은 수술수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노준 회장은 "개원가에서 수술을 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수가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원가가 잘돼야 전공의 지원이 늘어난다는 것이 박노준 회장의 생각이다.

4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산부인과지만 산적한 현안으로 꼽히는 것은 의료분쟁조정법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의료분쟁조정법, 특히 하위법령 중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재원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박노준 회장은 "2년 전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으로 취임할 때 3대 목표 중 하나가 의료분쟁조정법, 무과실보상제도의 통과였다"며 "환자난동조항과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이 전액 국가부담으로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법이 오랜기간 계류하면서 많이 변질됐다"며 "처음에는 법의 자세한 내용을 몰라 환영의 뜻을 밝혔는데 알고보니 여러가지 문제점이 내포돼 있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의 오랜 숙원과제였던 의료분쟁조정법을 반대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박노준 회장은 "무과실보상제도는 무과실에 대해 명분상 과실로 책임을 지라는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의사의 과실이 없는데도 책임을 지라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그동안 도덕적ㆍ윤리적으로 환자들에게 무과실에 대해 보상을 해왔던 의사들이 법률적 부담까지 떠 안게 됐다는 것이다.

의료분쟁조정법의 불가항력적 의료사고 보상재원에 대한 산부인과의 불만이 거세지자, 국가가 80, 의료기관 개설자가 20을 부담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노준 회장은 "분만병원의 의견을 들어봐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전액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회원들의 생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공제회 사무국의 의료배상공제 조합으로의 법인전환과 법인설립 준비의 무기한 연기 안건'이 가결된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공제회 사무국의 공제조합으로의 전환은 의료분쟁조정법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며 "회원들의 의견이 통일되지 않고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에서 좀 더 지켜보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박노준 회장은 지난 대의원총회에서 열린 차기회장 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다.

박노준 회장은 "생존특별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현재 의사회 내부가 약간 혼란스러운데 현안을 빠른 시일내 해결해 살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산부인과를 국가가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과로 만들고 더 나아가 건강보험예외과로 만들고 싶다"며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정상분만만이라도 비급여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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