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기’라는 단어가 있다. 글자를 그대로 풀이하면 진귀한 그릇이지만 사람에 쓰면 뜻이 바뀐다. 성적기교가 뛰어나거나 특별한 성기 구조를 가진 여성, 또는 그런 성기를 지칭한다.

남자 경험이 많아 잠자리 기교가 탁월하다는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천성적으로 그런 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쓰일 때가 많다. 물론 명기는 여자의 경우만은 아니다. 남자도 대단한 물건을 가졌고 여성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명기로 불릴 수 있다.

명기에 대한 연구 대상이 옛날에는 기생이나 투사였다. 이것이 근래에 와서는 골퍼나 캐디로 바뀌었다는 재미있는 보고가 있다. 매일 수십km를 걷는 프로 골퍼나 여자 캐디에게 명기의 소유자가 많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남녀 공히, 많이 걸을수록 성기가 발달한다는 것이다.

골프가 남성전용의 운동이었을 때는 18홀이 정규라운드가 아니라 19홀을 끝내야 제대로 1라운드를 끝낸 것이라고 했었다. 골프를 하고 나면 남근이 꿈틀거려, 피로도 아랑곳없이 밤거리에 나가 걸헌팅을 하는 맹자(猛者)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여성 편력도 같은 논리에 속하는 것일지 모른다. 다만 스윙을 할 때 허리를 돌리지 못하는 아마추어에게는 이 이론이 해당되지 않는다.

골프란 허리의 회전을 힘의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이다. 이 회전운동으로 허리 아래에 있는 사정충추가 자극된다. 따라서 허리를 제대로 돌려 나이스 샷을 하는 프로나 로우핸디캐퍼가 되어야 19홀을 찾게 되고, 가서도 나이스 샷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는 반대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성은 몰라도 남성은 아닐 것 같기도 하다. 골프가 섹스요, 한 홀 한 홀이 사랑놀이라면 아무리 정력이 센 사람이라도 지칠 것이기 때문이다.

18홀을 끝내고 목욕탕에 들어가는 모습이 하나 같이 섹스를 끝내고 샤워를 하러 가는 남성의 모습과 같아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남다른(?) 시각일까. 골프라는 특성이 여자도 남자같이 보이게 만든다. 충전 장치를 만들어 활력을 되찾아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작금 제주지역 골프장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회원권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져 회원 입회금 반환 소송 대란이 일어날 조짐이 있다는 것이다. 2005년 이후 골프장이 대거 만들어지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진 탓이다.

2004년 11개에 불과했던 골프장이 5년 후 27개로 늘어났다. 공급 과잉으로 회원권 시세가 절반 이하로 하락한 가운데 회원 입회금 만기가 돌아오기 시작하자 입회금 청구가 늘어나는 등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제주도에 호스트바가 늘어나고 있다는 우울한 소식도 들린다. MBC PD수첩에 의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와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관광 특구로 지정은 되었지만 아이디어가 부족한 탓에 음성적인 퇴폐 향락 산업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골프장을 중심으로, 관광특구 제주특별자치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획기적인 아이디어로서 골프장 목욕실을 독일식 남녀 혼탕으로 개방해 보는 시도는 어떨까. 그래서 골프장 목욕탕의 혼탕문화가 정착에 성공한다면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해도 좋을 것이다.

골프라는 운동이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생각하게 하고, 남녀의 생리적 구분을 흐리게 만드는 특성이 있어 성적인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없는 대신, 흥미와 호기심 유발로 소진한 기력을 충전하는 등 혁신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일찍부터 남녀가 혼탕으로 사우나를 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다. 일본의 시골에는 아직도 에도 시절부터 내려오는 혼욕 온천문화 전통이 남아 있다.

혼욕 사우나가 있다면 우선은 호기심 많은 남자들이 먼저 눈에 (은근히) 불을 켜고 찾아가게 마련이다.

필자의 경우도 함부르크에 갔을 때 상당히 에로틱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을 예상하고 갔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남녀노소가 여러 개의 사우나 도크에서 너무나 자연스럽게 사우나를 즐기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혼자 흥분되었던 기대가 곧 촌스럽게 느껴졌던 기억만 갖게 되었다.

하긴 햇볕 쨍쨍 내리쬐는 여름이 되면 도심지 내 공원에서 젊은 여성들이 가슴을 드러낸 채 누워서 일광욕 하는 것이 태연스러운 나라에서 남녀 혼욕이 무슨 특별한 관심거리가 될 수 있을까.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사우나 역시 남녀 구분없이 사용하는 것이며, 지중해나 흑해 주변의 이름난 비치에 여름이 오면 일광욕을 즐기는 남녀 나신이 해변에 널리는 것도 우리 눈에나 이색적인 문화로 보이지 그들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럽다.

물론 우리는 우리요, 그들은 그들이기에 오랜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함께 여행하는 여성에게 같이 혼탕을 체험해 보자고 제의하니 대뜸 눈을 흘긴다.

“여자가 어떻게…”하고 시선을 돌리지만 얼굴이 상기되는 것에서 내면의 호기심은 발동함을 읽을 수가 있다.

어느 듯 우리나라도 영화나 TV 드라마, 출판 미디어를 통해 남녀의 누드뿐 아니라 러브신까지도 얼마든지 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일부만(약간만) 허용하는 식이어서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는 측면이 더 많아 보인다. 혼탕문화가 정착되려면 그런 식의 일부 허용이나 살짝 가리는 행위가 일체 사라져야 한다.

독일 사우나장에도 도크 내에서 가운 따위를 걸치면 안 되는 규정이 있다. 타월을 갖고 들어가 깔고 앉는 것은 가능하되 아담과 이브로 머물러야 한다. 차츰 그 분위기에 익숙해지면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는 일 없이 지그시 눈을 감거나 누워서 사우나 자체를 즐기게 된다.

도크에서 땀을 뺀 후 원형의 널찍한 냉탕 풀에 들어가서는 남녀가 평상심으로 앉아 있을 수 있게 된다.

제주도 골프장들의 위기를 독일식 혼탕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타파해 보는 시도는 어떨까. 제주도 골프장 내 목욕탕에서만이라도 말이다.

한국 사회의 제도적 경직성을 완화하는 문화적 소프트웨어 역할로도 실험 가치가 있어 보인다. 터부를 넘어선 자유롭고 푸근한 기분 - 툭 터진 사고의 자유를 열린사회의 중요한 덕목으로 받아들이는 계기로서 말이다.

[소설가(小說家). 다인(茶人). 여행가(旅行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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