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약 김동근 회장 제안, 금융비용·불용재고 해결 한방에

역시 수장은 위기 때 빛나야 한다. 원성이 높은 곳에서는 반드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일신의 편안함을 위해 '립서비스' 잘하는 회장이 되기보다는 실천하는 전략가의 길을 선택해 자신이 좀 불편해 지고 만다. 그리고 회원들에게 그 결과물로 불용재고의 한숨과 금융비용 부담의 짐을 내려줬다.

이쯤의 설명이면 주인공이 누구일까하는 호기심이 발동할 텐데 그 주인공을 빨리 공개하겠다. 중구약사회 김동근 회장의 이야기다.

김동근 중구약사회장이 금융비용 부담과 불용재고의 난제를 해결한 중구약-하나SK-백제약품 업무협약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모습 @메디팜스투데이 문윤희 기자
그는 지난 4~5월 두달간 발품을 팔아 '중구약-하나SK-백제약품 결제 업무협약'이라는 결과물을 내놓았다.

말이 쉬워 협약이지 금융비용이 축소된 현실에서 카드수수료와 금융비용까지 부담하지 못하겠다는 도매를 직접 찾아가 설득하고 이런 거래에 필요한 새로운 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금융권에 직접 노크했다.

세명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말은 약업계에서는 흔한 말. 그는 서로의 손익계산에 바쁜 도매와 은행에 '서로 손해도 보지 말고 서로 윈윈하자'며 시원하게 마일리지를 포기하는 담대함을 보였다.

그 조건이 충족되자 도매업체 중 백제약품이 먼저 손을 건냈다. 불용재고 받아 줄테니 한번 같이 해보자는 의기투합의 손길이었다.

조건은 회원들의 불용재고 일체와 낱알 반품, 코드가 있는 모든 품목의 반품이 가능해야 한다는 까다로운 제안이었지만 백제약품이 수락했다.

김동근 회장은 백제약품의 '콜'이 들어오자 한계가 있는 팜콕카드를 과감히 버리고 하나은행에 직접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중구약사회 마일리지 안줘도 되니 3개월 무이자로 카드 하나 만들어 달라고. 허심탄회한 그의 제의에 금융권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하나SK카드'다. 5월 초 중구약사회-백제약품-하나SK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서로가 윈윈하는 전략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김동근 회장은 "내가 하나 버리면 다른 쪽도 버리게 된다. 다 같이 잘 살려는 방향이 보이면 움직이게 돼 있다"며 "우리의 숙원사업이 불용재고인데 이것을 흔쾌히 백제약품이 해결해주기로 약속을 했다. 마일리지 하나 버려서 얻은 값진 결과"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하나카드에서 3개월 무이자를 수락하면서 회원들도 당월 결제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며 "모든 실무업무를 은행에서 직접 나와 약사들은 약국에서 카드 승인 사인만 하면 된다"며 편리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하나SK카드는 중구회원들에게만 3개월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백제약품(영등포지점)은 중구회원과 거래한 모든 일반 및 전문의약품을 하나카드로 결재하고, 모든 불용재고 품목을 실시간으로 받고 있다.

협약 체결 후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만난 김동근 회장은 "회원들의 호응이 좋아 빠른 시간안에 전 회원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보면서 "회원들의 호응이 높아 전체 회원들이 가입한 후 이런 모델이 확대 시행될 수 있는지 여지를 파악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도매업계는 물류비용을 줄여서 좋고, 약국은 불용재고의 짐을 덜어 좋고, 카드사는 마일리지 부담이 없어서 좋은 하나SK카드 협약은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이 기대되는' 약업계의 기분 좋은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작권자 © 메디팜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