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도매협회 회장, "의약계, 상생정신으로 위기 극복해야"

신년 초, 제약업계를 둘러싼 새로운 정책들로 업계는 부산하기 이를 데 없다. 이런 시기에 제약업계 각 협회 수장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위기는 기회'라는 모토로 협회 업무를 수행하는 각 협회 수장들을 만나 업계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각을 살펴봤다. <메디팜스투데이> 제약업계 협회장 릴레이 인터뷰는 17일 이한우 도매협회 회장을 시작으로 이경호 제약협회 회장, 서정선 바이오협회 회장, 김동수 다국적제약협회 회장, 이윤우 의약품수출입협회 회장이 참여한다. <편집자주>


 지난 2년간 도매협회 이한우 회장에게는 모진 시간들이 이어졌다. 회장 선출 직후 터진 회원사 줄도산, 제약사 마진 인하, 백마진 문제, 금융비용, 유통일원화 유예 폐지, 대형도매와 중소도매간 이견차 등 산적한 과제들은 회장 수행 초부터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했다.

‘발로 뛰어 승부를 내겠다’는 의지 하나로 약사회, 제약협회, 다국적제약협회와 공생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대화 창구를 마련하는 한편 유통일원화 유예를 위해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회장 선거에 앞서 IFPW 총회 유치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선정되자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대회 사상 최대 규모, 최고의 회의 개최라는 성공적인 결과를 받아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말로도 “2년은 투쟁의 기간”이었다고 평하는 그는 남은 1년도 지금처럼 ‘열과 성을 다 바쳐 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유통일원화 폐지, 의약품 창고 면적 확대 등 새로운 현안을 또 다른 숙제로 안은 그를 만나 향후 협회 운영방안과 현안에 대한 허심탄회하고도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한우 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3월 10일 협회 회장실에서 진행됐다.

 

도매협회 회장 임기 2년 동안의 시간을 '투쟁의 기간'이라고 표현한 이한우 회장. 그는 회원사, 제약업계, 정부와의 문제 해결 포인트로 '소통'을 중시한다고 밝혔다.
-2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회장직을 수행하며 어떤 점에 주력했나?

회장직을 처음 맡다보니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회원사간 이견도 많았을 뿐더러 회원사임에도 회비를 내면 아깝다는 말도 나왔다. 왜 그런 말들이 나올까 고민을 참 많이 했다. 돌아보니 협회가 회무에 대해 회원사에 잘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목표를 회원과의 소통으로 잡았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회의 끝나고 짬짬이 회원사에 협회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줬다. 한 달에 적어도 두 번 정도 전화를 하니 반응이 많이 달라졌다. “협회가 제 역할을 하는구나”라는 칭찬부터 “이런 점은 더 개선해야 않겠냐”는 충고까지 여러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이렇게 회원사와의 소통은 중앙회로 단합할 수 있는 조치인 동시에 회원사간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유통일원화 투쟁을 위해 회원 2000여명이 복지부에 모여 시위를 한 것도 이런 영향에서 기인됐다고 본다.

-유통일원화 이야기가 나와서 묻는다. 유예가 결국 실패로 돌아갔는데

 

실패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열과 성의를 다했다. 제약협회와 약사회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고, 유통일원화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진흥원에 용역까지 줘서 연구서를 만들어내는 등 열과 성의를 다했다.

결론적으로 복지부가 이미 2년간 유예를 줬기 때문에 허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지만 제약협회와 협의 끝에 유통일원화 협조를 이끌어 냈다. 나름의 성과는 걷어냈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유통일원화 유예를 연장하지 못하면 사퇴하겠다고 했는데

실제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사회에서 수용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뒤 돌아보면 복지부에 참 많이도 방문했다. 다시 보고서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장관의 생각을 돌려보려고 참 많은 애를 썼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복지부에서는 법 이상의 방법이 있을 것이지 않냐는 답변이 왔다. 그래서 제약업계와 대형병원 납품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당분간이겠지만(협약 기간은 2년이다) 최대한 제약업계 협조를 구할 생각이다.

지금 의약계는 위기라는 공동 의식이 있다. 이런 때 서로 도와야 공생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그런 노력들이 ‘도매-제약 친교의 밤’을 여는 계기가 됐다(도매협회는 제약협회와 2월 8일, KRPIA와는 3월 8일 친교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앞으로는 병원협회, 의사협회, 약사회 등 각 협회와 소통의 장을 확대해 서로 윈윈하는 방안을 만드는데 주력할 생각이다.

유통일원화 유예를 위해 삭발을 감행했던 당시 이한우 회장의 모습. 그는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행된 시위에서 2000명에 달하는 회원 참여를 독려해 회장다운 면모를 보였다. 
-유통마진, 금융비용 등 관련 업계와 이견은 어떻게 줄일 생각인가?

국내사는 어느 정도 유통 마진이 있지만 다국적제약은 없다. 봉사하는 수준이다. 정부에서 정한 금융비용만큼은 판매한 회사에서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걸 빼면 도매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의견도 기사로 나가면 일방적으로 보여 반감을 산다. 만나서 직접 대화나 설득을 해야 한다.

우리도 우리의 입장이 있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 그러면서 설득으로 관철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쥴릭의 문제도 있었지만 독소 조항은 도의상 빼야 하지 않나. 이런 걸 논의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아시다시피 동원약품은 쥴릭과의 거래를 끊으면서 굉장히 어려웠었다. 그러나 제약사들이 직거래 유통 때 담보를 적용하는 사례를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어렵더라도 첫 단추를 다시 달면 하나씩 해결된다.

-협회가 상위도매사 위주로 운영된다는 비판도 적잖다.

결국은 회원사들의 의견을 어떻게 취합하고 조율하는 가의 문제다. 그런 오해를 사는 이유는 회원사들 중 협회 업무에 적극적인 회원사가 대형사들이기 때문이다. 중소도매사의 이야기에 왜 귀를 기울이지 않겠나. 회장의 일이 그건데.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협회 밖에서는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들을 수가 없다. 불평이나 불만도 안에서 토해내야 수렴이 된다. 적극적으로 협회 업무에 동참하라는 말까지도 안하겠다. 내가 전화할 때만이라도 의견을 주면 수렴하겠다. 달던 쓰던 들려와야 약이 되는 것 아닌가.

-참 많은 악재와 문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어려움은 없나?

솔직히 욕도 많이 먹었다. 특히 회원사 회비를 차등화 할 때 반대에 부딪혀 마음고생이 심했다. 10년 동안 ‘하자고 하자고’ 말만 했던 일을 비로소 해내니 협회에서 해야 할 사업이 더 늘었다.

과거에 비해 1억원 정도 협회 운영비가 늘었더니 일도 늘더라. 조직이 제대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유통일원화와 관련된 용역보고서를 만들거나 제약업계와 상생의 밤을 개최하는 거름이 됐다. 재무구조가 튼튼해지니 사업 추진력이 많이 향상됐다.

-욕 많이 먹는 회장이라 외로울 것 같기도 하다.

맞다. 많이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년이란 시간은 외부와의 투쟁도 투쟁이었지만 회원사들의 무관심과 비판을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투쟁의 시간이기도 했다.

-보덕메디팜 문제로 약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데

관리약사를 두는 것은 법으로 규정된다면 법의 심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본다. 상도덕이라는 게 있다. 업계에서 도의상 지켜야 할 부분은 서로 지켜줘야 한다. 이번 문제는 본의 아니게 문제가 확대된 부분도 있지만 이렇게 확대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보덕에서 약국개설을 않겠다고 했으니 약사회도 한 발 물러서서 봐 달라고 전하고 싶다. 서로 감정적으로 가면 오해의 골만 깊어진다.

-도매회사 난립을 막기 위해 창고면적 기준이 확대됐다.

회원수가 많은 것을 정부가 규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초 창고면적을 축소한 것은 복지부였다. 이제와서 도매상 난립을 이유로 창고면적을 확대하는 안이 통과됐는데 품목도매하는 회원사와 중소도매상은 이런 정책이 들어오면 생업을 이어갈 수 없다.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주고 가야하는데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런 부분이 참 아쉽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영세도매상간의 M&A나 도매사간 인수 합병을 유도하고 있지만 그것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정부측에 도매업계가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달라고 호소하고 싶은 심정이다.

(앞서 원희목 의원은 약사법 개정안에 도매업소 창고면적 부활법을 발의, 지난 10일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도매업소 창고면적을 최소 264㎡(80평)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향후 2년 내 수입의약품이나 시약, 원료의약품 및 한약, 의료용 고압가스 취급 업소를 제외하고는 모든 창고 면적을 80평 이상으로 넓혀야 한다.)

쌍벌제 준수를 위한 노력도 그의 올해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사진은 도매협회 2011년 시무식에서 쌍벌제 척결 의지를 밝히고 있는 이한우 회장의 모습
-이제 1년의 시간이 남았다. 어떤 일들을 하고 싶나?

예전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회원사들을 위한 일들을 해야지 않겠나. 예전에 동아, 중외로 이어진 마진인하를 막아냈지만 다시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발 벗고 뛸 시기란 소리다. 저가인센티브도 회원사들의 짐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은 마진이 문제인데 이런 상황에 대해 복지부에 의견을 전달하고 있고 또 해결책을 제안할 생각이다.

제약업계도 저가구매인센티브에 대해 유예하자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도매협회도 같은 생각이다. 정부의 사후관리 방안이 없어 이런 쪽에서 의견을 전달하겠다.

쌍벌제도 문제인데, 오히려 지키려는 사람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외부 압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고발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업계가 협동해서 서로 피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우리의 의지가 높은 만큼 필드에서 수용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연임에 대한 욕심은 없나?

지금 연임에 대해 말할 여지가 없다. 일하기 바쁜데. 그리고 말을 한번 뱉으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조심스럽지만 아직은 힘들고, 일단은 내 자신의 성취감부터 높이고 싶다.

회무를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서 성공하고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1년 마무리를 잘하면 스스로(연임에 대해) 잘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회무를 2년 동안 하다 보니 정부와 대화창구도 열리고, 아는 사람도 많이 생기고, 도와주는 이들도 많고 자신감도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1년은 그런 분위기가 나를 도와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개인적인 소원이 있다면?

아까도 말했지만 마지막 남은 1년의 회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더 솔직한 속내를 말하자면 “이한우 같은 회장이 앞으로 나오기 힘들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그만큼의 평가를 받으려면 1년도 짧다.

발로 뛰고(관련 업계 및 보건당국) 전화하고(회원사 대상) 관리하다(협회 회무)하다 보면 그런 평가를 받으리라 믿는다. 열심히 뛸 테니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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